유명배우들과 경쟁서 ‘이중구 역’ 따내 최민식 형과 호흡? 비기기만 해도 성공 개봉 2주도 안돼 270만 흥행…흥분돼
아내의 냉정한 평가…우쭐한 날 다잡아 최근 ‘사이코메트리’ 첫 칭찬에 자신감
꼭 17년 만이다. 법대를 다니던 박성웅(40)이 오랫동안 꿈꾸던 배우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은 1997년 1월1일. 그 전까지 대학 강의실보다 대학로 무대를 더 자주 찾았던 그는 1997년 새해 첫 날 “배우로 살겠다”고 결심한 뒤 17년 동안 꿈을 놓지 않았다.
어려움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 곤궁의 원인은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엄청난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박성웅이 비로소 스크린에서 빛을 내고 있다. 270만 관객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영화 ‘신세계’를 통해서다.
“그동안 우르르 뛰어가는 무리 속 한 명을 연기했던 내가, 이젠 내 지시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배역을 맡았다. 흥행까지 된다. 흥분되고 좋다. 티 내지 않으려고 허벅지 꼬집는다.(웃음) 17년 만에 온 기회인데 우쭐해서 ‘변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박성웅이 ‘신세계’를 만난 건 인연의 힘이다. 지난해 흥행한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출연하려던 그는 맡으려던 배역이 없어지면서 기회를 잃었다. 그래도 인연은 이어졌다. 당시 제작진이 기획한 ‘신세계’의 주요 배역인 이중구를 제의받았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가 이미 출연을 확정한 상태였다.
“정말? 무조건, 무조건 해야 했다. 악역? 상관없었다. 무지하게 영화사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박성웅이 연기한 이중구는 거대 범죄조직의 보스 자리를 놓고 황정민과 대결하는 라이벌. 비릿한 향을 풍기며 성공을 위해 주위 사람들을 가차 없이 짓밟는 잔인한 인물이다. 인지도 높은 배우 여러 명의 이름이 역할 후보로 오르내렸다. 박성웅은 “누가 봐도 다 아는 배우들이었고 나를 두고는 탤런트야? 누구야? 하던 때였다”고 돌이켰다.
“(최)민식 형 같은 배우들과 비교하면, 나는 비기기만 해도 이기는 게임 같았다. 져도 지는 게 아니었고. 부담은 없었다. 20대에 ‘신세계’를 만났다면 지금처럼 자제하는 마음은 갖지 못했을 텐데. 아내를 만나고 많은 게 달라졌다.”
그의 아내는 연기자 신은정.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2010년에는 아들 상우도 낳았다. 박성웅은 동료들을 만나면 “지금도 신혼”이라고 말한다. 곧장 핀잔이 쏟아진다.
“아내는 서울예대를 졸업해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은 연기자다. 나는 영화 ‘넘버3’에서 건달3 역을 맡아 일당 3만5000원으로 데뷔했고. 때론 소품 취급도 당해봤다. 속에 독기가 가득하던 난 ‘태왕사신기’로 이름이 조금 알려지며 우쭐했다. 그때 날 아내가 다잡아줬다.”
연애기간을 포함해 8년 동안을 함께한 신은정은 남편 연기에 대한 평가만큼은 냉정하다. 박성웅이 아내로부터 칭찬을 받은 건 최근의 일이다. 7일 개봉하는 영화 ‘사이코메트리’를 본 신은정은 박성웅에게 “연기 멋있다”고 했다. 첫 칭찬. 박성웅은 이 얘기를 하며 만면의 미소를 띄고 웃었다. 연예계에서 ‘애처가’로 소문난 이유가 있다.
박성웅은 알려지지 않은 이력도 상당하다. 서울액션스쿨 1기 출신. 스턴트맨이 아닌 액션과 연기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에 힘겨운 과정을 수료했다. 법대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드라마 ‘빅 히트’에 함께 나온 후배 김주영이 알고 보니 학과 후배였다. 놀라서 ‘넌 법대 나와서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 하하! 나도 그런 걸 묻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