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라는 구실로 1점 테러…극장가는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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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2일 07시 00분


누리꾼들의 악의적인 ‘인터넷 평점 조작’으로 영화 ‘파파로티’(위쪽)와 ‘연애의 온도’ 등 일부 영화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제공|KM컬쳐·뱅가드 스튜디오
누리꾼들의 악의적인 ‘인터넷 평점 조작’으로 영화 ‘파파로티’(위쪽)와 ‘연애의 온도’ 등 일부 영화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제공|KM컬쳐·뱅가드 스튜디오
■ 누리꾼 평점 조작에 한국영화 몸살

한 홈피 누리꾼 100여명 무차별 테러
연애의 온도는 개봉일 ‘3점대’ 직격탄
“김보성 주연작 띄워주자”이유도 황당

‘영화 평점이 뭐길래….’

일부 극성 누리꾼들의 악의적인 ‘인터넷 평점 조작’으로 한국영화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석규 주연 ‘파파로티’부터 흥행 중인 ‘신세계’, ‘7번방의 선물’에 이어 21일 개봉작 ‘연애의 온도’까지 피해는 심각하다. 인터넷 평점은 관객의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기준이어서 조작의 심각성과 함께 재발 가능성 우려가 높다.

여러 온라인 포털사이트는 영화를 소개하는 페이지마다 ‘관람 후 평점’ 코너를 마련, 관객이 최소 1점에서 최대 10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의견 게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일부 누리꾼이 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목적으로 평점을 조작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평점 조작은 19일 오후 시작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100여 명의 누리꾼들이 상영 중인 영화들에 무차별적으로 1점 평점을 주기 시작했다. 평점은 평균 산출 방식인 탓에 이들 영화의 점수는 급락했다.

문제는 이들 누리꾼의 평점 조작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사실. ‘연애의 온도’ 역시 개봉일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개봉 전 시사회 등으로 9점대를 확보했지만 집중적으로 1점을 주는 누리꾼의 공격에 평점은 3점대로 하락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21일 “객관적인 평가를 바라는 관객에게 피해를 주는 사이버 테러”면서 “특정집단의 악의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이들이 평점 조작에 나선 이유가 드러나면서 영화계는 더욱 황당해하고 있다. 평소 방송을 통해 ‘의리’를 강조했던 배우 김보성의 주연작 ‘영웅, 샐러맨더의 비밀’ 흥행 성적이 저조하자 이 영화를 도와야 한다며 일부 누리꾼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평점을 조작하는 누리꾼의 주요 활동 장소인 온라인 게시판에는 ‘영웅’을 띄워야 하니 다른 영화들에 1점 평점을 주자는 내용이 자주 보인다”며 “1점 평점을 준 뒤 적어야 하는 평가 내용에 ‘의리’라는 단어를 넣어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현재 ‘영웅, 샐러맨더의 비밀’ 평점은 상영작 중 가장 높은 9.54. 반면 이날 전국에서 모은 관객수는 500여 명에 그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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