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회째를 맞은 오키나와 국제영화제 오사키 히로시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일본 최남단 섬 오키나와는 ‘전쟁과 비극의 땅’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24만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품은 곳. 오키나와가 코미디 영화제를 해마다 열며 ‘웃음’과 ‘평화’를 기치로 내건 이유다.
3월23일 개막해 30일 막을 내릴 때까지 영화제 주요 무대인 기노완시 트로피칼 해변에서는 실제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매일 10여개의 개그팀이 해변에서 공연을 벌였고 때마다 500∼6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물론 경쟁 영화제이지만, 긴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사키 집행위원장은 “오키나와에 오는 누구에게나 웃음을 주는 게 영화제의 목표”라고 밝혔다. 배우도, 감독도, 관객도 ‘친구’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영화 ‘주리’를 특별부문에서 공개하기 위해 영화제에 온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예집행위원장의 생각도 같다. 1, 2회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그는 매년 3월이면 오키나와를 찾는다. “비극의 땅이던 곳에서 웃음을 목표로 코미디 영화제를 여는 자체가 의미 있고 행복한 경험”이라고 그는 반겼다.
오키나와 국제영화제는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한다. 정부나 오키나와현의 재정 지원도 받지 않는다. 덕분에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경쟁 영화제의 틀에서 자유롭다. 요시모토 소속 코미디언 400여 명은 영화제 기간 오키나와에 집결해 공연을 연다. 또 직접 출연하고 연출에도 참여한 영화를 자유롭게 소개한다. “일본에만 100여 개의 영화제가 있지만 그 엄격한 틀에 우리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오사키 위원장은 말한다. 5회를 넘기면서는 점차 특화한 영화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주특별자치도 담당자들이 방문해 ‘제주영화제’ 신설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돌아갔다. 오키나와 국제영화제 실무자들은 5월 제주도를 찾아 현장을 답사하고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오키나와와 제주도는 바다와 영화 그리고 섬이 만나는 특별한 영화제를 함께 꿈꾸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