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화려한 시절을 지나는 좌충우돌 10대와 결코 퇴락할 수 없음을 넘어 세상에 온몸을 던지는 40대 사내들의 ‘격투기’다.
10대 시절 그 격투의 상대는 철없는 다혈질의 청춘이었다. 40대가 뛰어오르는 싸움의 공간에서 맞서야 하는 상대는 비루한 현실이다.
세상은 이들을 ‘전설’이라 부르며 주먹질을 부추긴다. 그리고 치열하고 처절한 사각의 링 위로 내몰고야 만다. 하지만 현실은 더 치열하고 처절하다.
10대 시절 복싱 챔피언을 꿈꿨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빼앗겨버리고 만 덕규(황정민). 그는 국수 말아 밥벌어 먹고 사는 평범한 아빠다. 그와 함께 주먹질로 또래들을 평정했던 상훈(유준상)은 비굴한 현실을 견뎌내며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살아간다. ‘미친개’로 불렸던 재석(윤제문)은 어느새 삼류 건달로 퇴락해버렸다.
덕규는 하나뿐인 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링에 오른다. 상훈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싸움의 공간으로 뛰어든다. 재석은 자신을 끌어들였던 비열한 현실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려 격투를 펼친다.
그러는 사이, 이들은 자신들의 지나버린 10대를 떠올린다. 주먹 하나만으로 세상을 가질 것 같았던, 오로지 그것 하나만으로 자신들의 우정을 새겨가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희미한 추억 같지만 그것은 단순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달을 때, 이들은 이미 40대가 되어버렸다. 추억은 10대들이 겪고 또 겪어야 할 성장의 생채기로 남았다.
생채기는 완전히 치유되는 게 아닌가보다. 40대가 된 이들은 아프지만 그 생채기의 딱지를 떼어내며 자신들의 현실에 맞선다.
‘전설의 주먹’은 그 10대의 성장기와 40대 사내들이 세상으로 다시 나아가는 이야기와 추억이란 이름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씨줄과 날줄 삼아 교직한다.
교직의 틈새로는 웃음과 눈물이 서로를 파고든다.
그 이야기와 웃음과 눈물이 사실적인 것은 배우들이 주고받는 주먹의 실감 덕분에 더욱 그러하다.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실제로 맞고 얻어터지며 부어오르고 멍든 살갗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은 ‘전설의 주먹’이 지닌 또 하나의 큰 미덕이다.
이들이 펼쳐 보이는 액션 장면은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다시 싸워야 할 이유를 더욱 또렷하게 이해하게 한다.
이들의 철없던 10대 시절을 또 다른 사실감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박정민, 구원, 박두식, 이정혁 등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도 실감난다.
배우들은 덕규와 상훈과 재석, 또 수많은 그들을 그려내지만 이런 실감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시대에 맞서라는 명징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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