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 2’와 ‘런닝맨’이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고 있다. 각각 이병헌과 신하균이 주연인 이 영화들은 얼핏 한국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아이.조 2’는 미국 파라마운트가 투자한 ‘메이드 인 할리우드’이다. ‘런닝맨’은 한국 배우와 감독이 만들어 한국 영화로 분류되지만, 미국 이십세기폭스가 투자한 작품이다. 수익은 할리우드로 간다.
이뿐이 아니다. 봄과 함께 할리우드의 반격이 시작됐다. 11일에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공상과학(SF) 영화 ‘오블리비언’이 개봉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국을 찾아 분위기를 띄운 ‘아이언맨3’는 25일 극장에 걸린다. 5월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가, 6월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가 찾아온다. 슈퍼맨 시리즈의 새 작품인 ‘맨 오브 스틸’도 6월 개봉 예정.
‘7번방의 선물’ ‘베를린’이 주도하며 1, 2월 한국 영화는 초강세였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수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나오며 한국 영화의 달콤한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날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영화의 지속성에 의문을 갖는 영화인이 많다는 점이다. 영화만을 위한 시나리오는 없고 만화나 소설, 또는 다른 영화에서 콘텐츠를 빌려온 이른바 ‘기획물’이 넘쳐난다. 올여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미스터 고’와 ‘설국열차’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만난 한 제작자는 “기자들이 ‘요즘 한국 영화가 잘된다’고 쓰면 절대 안 된다. ‘잘되고 있을 때 더 분발해야 한다’고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않는 영화계를 걱정했다. 시나리오 작가 양성 등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을 소홀히 하는 풍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영화의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기자도 한국 영화를 더 좋아하는 관객이다. 좋은 토종 영화를 계속 극장에서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 걱정이 기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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