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야왕’을 통해 해소되지 못한 연기 갈증이 있어요. 때를 밀러 갔다가, 때만 불리고 돌아온 느낌이랄까.”
배우 권상우(37)가 행복한 투정을 부렸다.
최근 인기리에 종방한 SBS 월화드라마 ‘야왕’에서 하류 역할을 맡은 권상우를 만났다. 드라마를 마친 권상우는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극 중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주다해(수애 분)를 사랑하고 용서하다가, 결국 복수를 하는 연기를 했다.
권상우는 “시청률이 잘 나온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마지막회가 전국기준 25%(닐슨코리아 기준)가 나왔다.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좋아하는 반면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흐트러져…전심을 다해 연기 못 했다”
“대본이 초반에 비해 뒤로 갈수록 흐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그랬던 것 같아요. 전심을 다해 연기하고 싶은데 대본에서 동기부여가 안돼, 점점 마음에서 역할을 밀어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권상우는 특히 “하류의 진심이 담긴 대사를 하고 싶었다”며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하류의 무게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하류 없어도 드라마가 흘러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답답한 심경을 팬카페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솔직히 배우도 똑같은 사람이니 일하면서 즐거움도 느끼고 슬픔도 느끼거든요.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고요. 저에게 관심 있는 팬들에게 저도 함께 답답해하는 심정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가님들에게 직접 전화해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현장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재미있는 말 하면서 웃기려고 해요. 참다가 처음으로 제 심정 표현한 거거든요. 다른 배우분들이 그렇게 표현해도 부정적으로 봐주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는 논란이 많았던 드라마 결말에 대해서는 마음에 든다며 만족을 표했다.
“몇몇 시청자분들은 ‘야왕’을 복수 드라마로 보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복수를 해도 사랑을 계속 가지고 가는 멜로 드라마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청자들에게 엔딩에서라도 하류가 가장 행복했을 때, 사랑했을 때를 보여주며 뭉클함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마지막신을 저녁 9시 20분에 촬영하고 그날 10시에 방송이 나갔죠.”(웃음) ●또 한 번의 성장을 앞둔 성찰…“내가 어디쯤 온 배우인가요?”
투정과는 달리 권상우는 ‘야왕’에서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민망하다. 나는 얼굴부터 내가 나오는 게 다 마음에 안 드는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권상우는 이어 “사실 나는 똑같이 연기해온 것 같은데 어떤 것은 좋다고 이야기해주고, 어떤 건 아니라고 한다. 정말 모르겠다. 몇 년째 하는 고민이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아무래도 그는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10년 전 ‘천국의 계단’에 출연하고 말도 안 되는 인기를 얻었어요. 그 때는 정말 정신 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이제 와서 고민을 하게 돼요. 지금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와있느냐라는 물음이요. 제가 황정민, 최민식 같은 색깔 있는 배우도 아닌 것 같고, 조인성, 강동원 같은 스타급 배우도 아니고요.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벚꽃 여행 같이 가고 싶은 연예인,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받고 싶은 연예인 등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더라고요.”(웃음)
권상우는 계속해서 배우로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인지 빨리 좋은 차기작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권상우가 가장 꿈꾸는 자신의 모습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날렵한 몸매로 멋있는 역할을 해내는 것.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액션 영화를 꼭 찍고 싶어요. 몸 관리는 오래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거든요. 40, 50대가 되면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되잖아요. 제가 한국 최초로 그 나이대의 날렵한 악역을 한번 맡아보고 싶어요.”
●“딸보다 예쁜 아들 룩희-스케줄 꿰고 있는 아내 손태영”
‘야왕’에서 딸바보 역할을 맡은 만큼 권상우에게 딸에 대한 욕심을 묻자 “우리 아들이 더 애교가 많다”고 대답했다.
“진짜예요. 우리 아들같은 아들이면 또 아들을 낳아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비주얼도 극강이에요. 진짜 예뻐요. 아내 손태영이 많이 사랑해주며 키워 성격도 좋아요. 유치원에서 처음 보는 친구도 안아주고 걱정해줘요.”
권상우는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자랑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아들바보’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어 그는 “아들이 SBS 수목드라마였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보다 제가 더 멋있다고 했어요”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극 초반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내조한 아내 손태영에 대해서도 애정을 표현했다. “서로 작품이나 연기에 대해 터치하지 않는 편이다. 가끔 인터넷으로 아내가 어디 갔다 왔는지를 알기도 한다”며 “하지만 아내는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 스케줄도 모두 꿰고 있어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다”며 웃었다.
배우 권상우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인 권상우. 그는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도 술술 털어놨다.
“연기할 때도 이전과는 다른 책임감이 생겨요. 경제관념이 달라졌고요. 저도 모르게 보험에 손을 대기 시작하더라고요. 내가 죽을 경우에 가족들을 위해 비과세로….(웃음) 뭐든 공동명의로 하려고 하고, 재테크는 제가 다 하죠.”
아버지이자 남편인 권상우는 드라마 작품이 끝나도 파리로 간 수애나 라스베이거스로 떠난 고준희처럼 어디로 훌쩍 떠나지 못한다.
“집을 판교로 이사했는데 아들이 강남에 위치한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서 데려다줘요. 출퇴근 시간이라 오고가며 한 시간씩 걸려요. 지금 아내가 타 드라마에 출연 중이니 한번 룩희랑 같이 촬영장 방문 해야죠. 아내가 그런 거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연기도, 가정생활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배우 권상우. 그의 투정과 고민들은 행복하게만 들렸다. 지금의 시기를 겪고 또 한 단계 성장해 있을 권상우의 모습이 떠오르기에.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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