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의 연기 인생에서 최수린(39)은 아내가 있는 남자를 탐하거나 빼앗고,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많은 시청자는 ‘악녀’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최수린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 스스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며 변신을 기대했다. 일단 첫 발은 성공적. MBC 드라마 ‘마의’에서 보여준 선한 이미지가 제법 어울렸다.
드라마 ‘김수로’ 이후 2년 만에 사극에 출연한 최수린은 ‘나쁜 여자’가 아닌 조선의 신진여성 주인옥을 연기했다. 그는 “사극이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도회적, 서구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모두가 내게 선입견을 갖는 것 같다. 하지만 밝은 캐릭터도 해보니 즐겁더라”고 말했다.
덧붙여 연출자 이병훈 PD에 대해 “꼭 한 번 함께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꿈을 이뤘다”며 “감독님의 연세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신다. 배울 게 너무 많으신 분이다”고 말했다.
똑 소리 나는 목소리의 최수린은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방심하면 금방 살찌는 체질이라는 그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20대 같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약간의 밥에 각종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을 버무린 비빔밥 다이어트와 낫토를 비법으로 추천했다. 최근에는 승마의 재미에 푹 빠졌다.
“예전에는 밥을 굶기도 했는데 이제는 밥을 먹지 않으면 힘들다. ‘밥심’이 뭔지 알겠더라. 그래서 운동을 하는데 여름에는 수영을 즐기고 보통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최근에는 승마를 하고 있는데 운동이 확실히 된다. 20분만 해도 온 몸에 땀이 쫙 난다. 엉덩이, 다리 안쪽 등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쓰니 운동량도 높다.”
일터를 벗어나면 최수린은 평범한 엄마로 돌아간다. “기본을 못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일이 없을 때에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간식을 해놓고 반갑게 맞아준다. 여느 엄마에게는 생활의 일부이지만 최수린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사랑의 순간이다.
“사랑을 표현할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내 연기를 보고 희로애락을 느낄 시청자가 있다는 것. 아이한테 ‘어부바해줄까?’라고 말을 건네는 것 등 사소하지만 내 사랑을 표현할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랑이다.”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그리고 연기를 하며 행복을 느끼지만 365일 그렇지는 않았다. 자신을 부르는 곳이 없을 때 최수린은 고뇌에 빠진다. 2년 이상 일이 끊기기도 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과 멀어지는 내 모습이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최수린은 연기를 한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자신의 활약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다. 자기성취가 먼저였다.
“내가 잘하면 언젠가는 나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계단을 열심히 오르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먼 훗날 나를 봤을 때, 내가 그때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다면 충분히 알아줄 것이다. 12년 연기하면서 연기자는 기다려야 하는 직업임을 알았다. 멀리 보고 갈 것이며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는 언제든지 넘친다.”
그는 한사코 ‘중년’이란 단어에 거부의 미소를 보이며 “지금 내 나이에 여성의 매력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풋풋한 매력이 있는 나이도 아니다”며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배우로 자연스레 넘어가고 싶다고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