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노리개’ 민지현, 첫 스크린 데뷔…‘모두 실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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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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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7일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고 폭행당했다’는 문건을 남긴 채 자살한 장자연 씨.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영화 ‘노리개’가 18일 개봉한다.

영화는 ‘여기에 나온 인물과 사건은 모두 실제가 아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지만 누가 봐도 장 씨 사건을 떠올릴 만하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정지희(민지현). 신인급 여배우인 정지희가 자살한 뒤 그에게 성 접대를 강요한 혐의로 소속사 대표 차정혁(황태광)과 성 접대를 받은 영화감독, 유력 신문사 사주 현성봉 회장(기주봉)이 기소된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센’ 변호사를 고용한 피의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성 접대와 폭행의 유일한 목격자인 같은 소속사 여배우 고다령(이도아)은 해외에 나가 있어 증인석에 세울 수 없다. 정지희가 죽기 전에 이 사실을 제보 받았던 기자 이장호(마동석)와 담당 사건 여검사 김미현(이승연)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메가폰을 잡은 최승호 감독은 9일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연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민 법상식과 현실 법이 너무나 괴리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부조리를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보면 어떨까 궁금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감독의 말처럼 장 씨 사건으로 ‘피라미’만 잡히고, 정작 거물들은 다 빠졌나갔다는 게 국민 정서가 아닐까. 영화는 이런 문제를 다시 한 번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인 대상 제작비 모금에 738명이 참여해 2133만 원을 내는 등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법정 스릴러 형식을 도입해 재미가 있다. ‘과연 피의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이 장편 영화 데뷔작인 최 감독이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영화가 지나치게 소재주의에 기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애초의 의도를 전달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소재로 이목을 끄는 데 그친 느낌이다. 여배우의 인권 문제에 대한 환기, 법제도에 관한 깊이 있는 비판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했다. 특히 룸살롱에서 현 회장이 정지희에게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하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 적나라한 묘사가 꼭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폭로해 사회 이슈화한 영화들과 달리 ‘노리개’는 새롭게 제기하는 것이 없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주는 날 선 폭로의 미덕이 없어 아쉽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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