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요계에서 힙합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서있다. 랩이 많아 발라드나 댄스음악처럼 여러 세대가 공감하며 따라 부르기 어려운 까닭에 비주류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비주류라 하기엔 힙합음악이 국내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빈도가 높다.
남성 힙합 4인조 엠아이비(M.I.B·강남 오직 영크림 심스)는 아이돌의 경계에 서 있다. 이들의 외형이나 활동방식은 아이돌 그룹 같지만, 스스로 음악을 만들며 자신 만들의 스타일을 갖춰가는 이들을 ‘아이돌’이라 하기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2011년 데뷔한 엠아이비는 ‘힙합 아이돌’로 불렸다. 데뷔 당시엔 그 수식어가 매우 싫었다는 이들은 “이젠 아이돌이라 불러주면 참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그 수식어만으로도 자신들은 이미 확실한 차별화가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엠아이비는 원타임 이후 가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정통 힙합그룹이다.
“우리가 힙합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수식어는 대중의 시각일 뿐이다. 힙합그룹, 힙합 아이돌, 힙합 아티스트…. 뭐든 그 호칭은 대중의 몫이다.”
엠아이비는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머니 인 더 빌딩’으로, 아이돌 보다는 정통 힙합 뮤지션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힙합의 대표주자 타이거JK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고, 힙합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동작업을 꿈꾸는 ‘힙합 드림팀’ MFBTY(윤미래 타이거JK 비지)가 피처링에 참여해, 다른 아이돌 그룹과의 비교할 수 없는 엠아이비만의 음악적 색깔에 확실한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이거JK는 단순히 자신의 음악을 엠아이비에게 주입시킨 게 아니라, 프로듀싱 능력을 가진 엠아이비의 창의력을 이끌어내면서 “타이거JK와 엠아이비 스타일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엠아이비는 “전작에 비해 퀄리티 높은 음반을 만들어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음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 같아 더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타이거JK 형과 작업하며 우리끼리 느꼈던 한계를 어느새 뛰어 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한계를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배웠다.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작년 힙합듀오 배치기가 오랫동안 음원차트 정상에 오르고, 프라이머리, 자이언티 등 여러 힙합 뮤지션들이 조명 받는 것은 엠아이비에게도 좋은 일이다.
“힙합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는 이들은 “엠아이비의 힙합을 아직 정의하지 않겠다. 우리는 아직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미리 정해두고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엠아이비의 두 번째 미니앨범 ‘머니 인 더 빌딩’엔 각기 다른 느낌의 5곡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 ‘끄덕여줘’는 떠나간 여자를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랩과 보컬이 잘 어우러졌다. ‘헬로 굿바이’는 감상적이고, ‘난장판’은 왁자지껄하다. 마지막 트랙 ‘엠아이비가 나가신다’는 멤버 오직의 자전적인 내용이다.
엠아이비는 이번 앨범의 다양한 색깔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차근차근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정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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