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SBS 라디오 ‘김흥국 박미선의 대한민국 특급쇼’를 듣던 청취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 묘한 발음의 어감 때문이었다. 김흥국은 그룹 터보의 ‘사이버 러버(Cyber lover)’를 잘못 발음했다.
“영어라 팝음악인 줄 알았다. 아는 노래도 아니고, 그냥 읽었다. 또 미국 UCLA대학도 ‘우클라 대학’이라고 읽었더니 난리가 났다. 미리 읽어보고 들어가면 생방송 맛이 없다. 거미의 ‘친구라도 될 것 그랬지’라는 곡을 소개하는데 거미가 사람 이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친구의 ‘거미라도 될 것 그랬지’라고 읽었다.”
가수 조PD를 방송사의 새 PD로 착각해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넨 일화도 있다. 여기서 끝나면 김흥국이 아니다. 그는 “인생 최대의 실수”라며 아찔했던 순간을 공개했다.
“대선배 차도균의 ‘철없는 아내’라는 노래가 있다. PD가 글씨를 흘려 써줘 ‘털없는 아내’라고 잘못 읽었다. 또 한바탕 뒤집어졌다. 청취자들은 ‘저런 사람이 무슨 진행자냐’고 항의했고, 무엇보다 선배 가수의 노래를 잘못 소개해 죄송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은 또 김흥국이 무슨 실수를 할까’ 집중해서 듣는 이들이 많아졌다.”
김흥국은 이처럼 코믹한 이미지만큼 많은 에피소드를 지녔다. 엉뚱한 말실수로 어록도 생겼다. 이를 모은 ‘김흥국의 우끼는 어록’이라는 책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말실수를 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다고 해서 김흥국을 ‘우스운 사람’으로 보면 안 된다.
“나를 개그맨으로 봐도 상관없다. 일부러 웃기려고 그러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개그맨들이 내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후배들도 내 히트곡을 재해석해 부르니 얼마나 뿌듯한가. 서민적이고 구수한 된장맛 나는 김흥국이라고 기억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