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이돌을 전면으로 내세웠던 KBS2 ‘청춘불패2’는 지난해 11월 종영했다. KBS2 ‘여걸식스’(2007년), SBS ‘골드미스가 간다’(2008년)와 ‘영웅호걸’(2010년)은 시청률 저조로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지금은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인 ‘무한걸스’가 케이블 채널인 MBC every1에서 여성 예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도다.
왜 여성은 예능의 중심에 서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여자 유재석’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진행자(MC)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연예인은 MBC ‘세바퀴’의 박미선, KBS2 ‘안녕하세요’의 이영자 정도다. 이경실 김지선 신봉선은 고정 출연자 이상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상당한 진행 능력을 요구한다. 여성 예능이 자리 잡으려면 여성 국민 MC가 나와야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성 예능 출연자는 남성보다 구설수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SBS ‘골드미스가 간다’에서는 여성 멤버 간 ‘왕따설’이 불거져 일부 출연자의 하차가 논의됐다. 한때 ‘줌마테이너’로 주목받았던 조혜련 정선희의 경우 복잡한 가정사가 부각된 후 사소한 말투나 행동까지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각종 ‘○○녀’들이 나오는 것처럼 남성에게는 관대하지만 여성에게는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예능 프로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여성들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갈수록 더 ‘센 리얼’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인 여성에게 불리하다. ‘청춘불패’를 연출한 김호상 PD는 “여성 출연자가 농사일을 하거나 배 타고 고기 잡는 촬영을 하면 다음 날 몸살이 나는 경우가 있다. 소재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는 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여성 예능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특화된 예능 포맷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국남 문화평론가는 “그동안 토크쇼에서는 여성의 소비 지향적이고 수동적인 이미지만 강조돼 왔다. 이 같은 이미지를 벗고 여성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등 소재를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한걸스’의 이순옥 PD는 “리얼이라는 포맷에 여성들이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극 같은 요소를 접목해 실험하고 있다”며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여성 메인 MC가 나온다면 (실험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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