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가 개봉(4월 25일) 2주도 안 돼 관객 600만 명을 불러 모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0만 영화’가 또 한 편 나올 것 같다.
영화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자. 우선 지난해 700만 명이 본 ‘어벤져스’의 후속 효과가 커 보인다. ‘어벤져스’를 본 관객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아이언맨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기자는 ‘아이언맨3’의 ‘자기부정을 통한 혁신’에 주목한다. 이번 아이언맨의 주제는 정체성 갈등.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자기 존재의 ‘알파이며 오메가’인 슈트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면서 새 옷 47벌을 공중에서 불태워 버린다. 마치 새로운 아이언맨의 탄생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를 하듯.
이는 제4편을 위한 제작진의 영리한 포석이기도 하다. 3편까지 보여줄 건 다 보여준 시리즈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제 식상함을 느낄 때가 된 관객에게 ‘헌 아이언맨을 버리고, 뭔가 색다른 걸 준비하고 있다’는 언질이다. 이런 자기부정은 헤겔의 변증법적 발전 논리의 기본이다. 이순신 장군도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죽으려 하면 반드시 살 것이며, 살려 하면 반드시 죽을 것)’라고 말한 바 있다.
할리우드는 경제위기로 자기 혁신을 강요받고 있다. 최근 개봉한 시리즈물들은 하나같이 ‘새 옷’을 입고 있다. 바람둥이 첩보원의 가벼운 액션물이었던 007 시리즈는 ‘007 스카이폴’에서 우아한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아메리칸 뷰티’ 같은 작가주의 영화를 만들었던 샘 멘디스 감독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으며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였다. 007 시리즈의 상징이었던 M을 ‘죽여 버리며’ 새로운 시리즈를 예고했다.‘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기존 시리즈의 비주얼과는 거리가 멀었던 주연배우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를 쭉쭉 빵빵한 앤드루 가필드와 에마 스톤으로 바꿔버렸다. 1편부터 연출을 맡았던 샘 레이미 감독도 집으로 돌려보내며 분위기를 일신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할리우드 영화의 뻔한 흥행코드와 유럽 영화에 비해 저급한 문화적 취향을 지적한다. 하지만 오늘도 할리우드 영화에 관객이 가득한 비결, 자기 혁신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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