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희 “무대공포증 때문에 사고 나길 바란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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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5일 07시 00분


‘전국노래자랑’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연기자 이초희.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거치며 연기력을 쌓은 그는 “영화와 연극을 가리지 않고 많이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전국노래자랑’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연기자 이초희.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거치며 연기력을 쌓은 그는 “영화와 연극을 가리지 않고 많이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짝사랑 현자 역 이초희

공포증 떨치기 위해 2년간 연극 몰두
극복하고 나서 첫 영화 ‘전국노래자랑’
이젠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다 해봐야죠

꽤 강단 있다. 스크린에서나 실제 모습의 순수한 분위기는 어디까지 ‘겉모습’에 불과한 듯했다.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이초희(24)를 보며 부드러운 나뭇가지가 오히려 부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름도, 모습도 아직 낯선 이초희는 처음 출연한 상업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짝사랑에 눈물짓는 현자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 초반, 작은 역할로 출발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며 막판엔 ‘여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촬영장에 다행히 호랑이 선배님이 없었다”며 이초희는 웃었다. 원로배우 오현경부터 김수미, 김인권까지 베테랑 배우들과 연기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은 건 유쾌했던 현장 분위기 덕분이다. 마음껏 연기한 이초희를 스크린에서 본 그의 친구들은 상대역인 유연석을 대하는 모습에 “정말 (유)연석 오빠 짝사랑한 거 아니냐”고 놀려댔다.

“부모님 반응도 이번엔 괜찮았다. 그 전에 출연한 단편영화들을 볼 때 부모님 반응은 늘 냉정했는데. ‘넌 발연기를 하느냐’는 핀잔도 받았고.”(웃음)

발랄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초희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 10살 때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린 것도 “사람들과 마음껏 얘기하고 싶어서”였다. 3년 남짓, 아역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말문”이 트였다. 그때부터 연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유연석(왼쪽)을 짝사랑하는 이초희는 순수한 매력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유연석(왼쪽)을 짝사랑하는 이초희는 순수한 매력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서울예대 연기과에 입학한 이초희가 처음 주목받은 건 2년 전 영화 ‘파수꾼’부터다. ‘파수꾼’은 10대인 세 친구의 미묘한 갈등과 파국을 그려 그해 주요 영화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오디션 제의도 많았다. 관심? 그건 내 것이 아니었다. 난 그저 묻어간 것뿐이지.(웃음) 여차하면 내가 (연기)잘 한다고 우쭐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했던 단편영화 출연도 멈추고 학교로 돌아갔다.”

사실 당시만 해도 이초희는 남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극심한 ‘무대공포증’을 겪고 있었다. 스무살 때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조명이 떨어지길 바랄 정도였다. 사고가 나면 연극이 중단될 테니까. 관객이 앞에 있으니 숨도 쉬어지지 않았고.”

무대공포증을 없애는 게 급했다. ‘파수꾼’을 끝내고 2년 동안 연극에만 몰두했다.

“(영화)제의를 무턱대고 잡는다면 무대공포증을 극복할 기회는 영영 없어질 것만 같았다. 난 영화부터 연극까지 가리지 않고 싶으니까.”

공포증이 없어졌다 싶을 즈음 만난 영화가 ‘전국노래자랑’이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현자 역을 따냈다. 촬영을 시작한 직후 매니지먼트사도 만났다. 대학 친구들이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도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았던 그는 “더 넓은 세상과 기회를 잡기 위해” 매니지먼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연기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 무조건 ‘다 해봐야지’ 하고 있다. 하하!”

그리고 이제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초희는 설렘 속에 기다리고 있다. 여유가 있는 요즘은 자주 한강으로 나간다.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한다. ‘달인’ 수준이다. 작사 역시 요즘 푹 빠진 취미 중 하나.

“아무도 못 알아듣는 단어로 말해도, 그게 노랫말이 될 수 있다니!”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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