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나 가수였던 이효리. ‘음악가’까지 갈 수 있을까. 그는 다음 달 15일 처음으로 음악 페스티벌(‘뮤즈 인시티’) 무대에도 선다. 15인조로 구성된 밴드와 댄서를 대동한다. B2M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10분, 1년도 지나쳐’(‘텐 미니츠’ 중)
솔로 데뷔 10년을 맞은 가수 이효리(34)가 5집 앨범 ‘모노크롬’으로 21일 돌아왔다. 2006년 2집 타이틀곡 ‘겟차’와 2010년 4집 ‘치티치티뱅뱅’의 표절 논란으로 그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3년의 공백. TV보다 소셜미디어에서, 방송국보다 인디 뮤지션의 공연장에 더 많이 보였다. ‘핑클의 예쁜 애’에서 ‘섹시 아이콘’을 거쳐 ‘유기견 보호 활동가 또는 채식주의자’로 변해온 이효리는 가수로 재기할 수 있을까.
새 앨범에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이효리의 잇자국이 선명하다. 영민한 선택이 돋보인다. 16곡이나 담았다. 사람들이 지겨워하거나 더 어린 아이돌이 이미 잘하고 있는 최신 댄스음악과 거리를 뒀다. 밴드 음악을 도입했다. 춤추고 싶은 리듬이나 가창력을 드러낼 수 있는 노래는 더 내세웠다.
12곡은 유럽 작곡가들의 작품을 받았다. 타이틀곡 ‘배드 걸스’를 포함한 6곡은 소녀시대, 동방신기, 샤이니, f(x)에 곡을 준 노르웨이 작곡가 그룹 ‘디사인뮤직’의 것이다. 3곡은 인디 뮤지션의 것. 2곡은 위악적인 컨트리 블루스를 하는 김태춘에게서, 1곡은 복고적인 로큰롤을 하는 밴드 고고보이스로부터 받았다.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효리의 안목을 돌아보게 하는 선택이다.
대중음악 전문가 5명에게 2003년 ‘텐 미니츠’부터 2013년 ‘배드 걸스’까지 이효리의 대표곡 5개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배드 걸스’에 대체로 ‘유고걸’보다도 높은 점수를 줬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배드 걸스’의 이효리는 과거의 섹시한 댄싱 퀸이 아니라 밴드의 보컬처럼 들린다”고 했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배제하고 보컬과 코러스를 부각시킨 방법론은 이효리가 밴드의 프런트 우먼처럼 자신의 음악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최규성 평론가는 “댄스곡임에도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컬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다. 그녀의 음악 여정에서 긍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최지선 평론가는 “댄스 가수로서의 위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이에 대한 따뜻하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앨범 전반에 괜찮은 곡들이 포진해 있어 앞으로 이효리의 음악적 변신이 더 기대된다는 평도 많았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앨범의 콘셉트가 일관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그녀는 이제 앨범 아티스트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것이 이효리의 새 앨범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유다”라고 했다. 최규성 평론가는 “다양한 장르 음악을 구사한 점은 새로운 출발점이라 느껴져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이효리는 홀수 앨범 성공, 짝수 앨범 실패라는 징크스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림자를 떨쳐낼 수 있을까. 6은 짝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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