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문병곤(30) 감독이 연출한 '세이프'(Safe)가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았다.한국영화가 칸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문 감독은 폐막식에서 첫 번째 순서로 시상하는 단편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올랐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문 감독은 상장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객석에서는 한국에서 온 30세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문 감독은 2011년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작품인 단편 '불멸의 사나이'(Finis Operis)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데 이어 두 번째로 칸에 입성해 수상의 영예를 안는 쾌거를 이뤘다.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는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9편 중 가장 사회성이 짙은 작품으로 평가됐다. '세이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구 없이 궁지에 몰리는 어두운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이다.
13분 분량의 '세이프'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여대생이 가불금을 갚기 위해 사람들이 환전을 요구하는 돈의 일부를 몰래 빼돌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대생은 이 좁은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녀가 예상치 못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현대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거대 금융 자본이 사람들이 맡기는 돈을 굴려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려 하다가 결국 파산하게 된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영화 제목인 영 단어 '세이프'(Safe)는 안전하다는 뜻과 함께 돈을 보관하는 '금고'라는 의미가 있다.
문 감독은 신영균 문화재단 후원 공모에서 발탁돼 500만 원을 지원받고 자비 300만 원을 들여 제작비 총 800만 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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