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꺼질 때 밀려오는 공허함이란 그 위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땀을 흘려본 배우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배우 고창석(43·사진)은 이런 기분을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한 잔 안 하고는 못 배길 정도로 공허함이 가득해진다”고 말한다.
동료들과 술 한 잔에 털어버리면 그나마 다행. 하지만 요즘처럼 각자 스케줄이 바쁘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울함이 온 몸으로 번지고 만다. 실제로 고창석은 “영화 작업을 하다가 우울증에 걸릴 뻔한 적이 있다. 동료들과 모여 있을 때 조심스럽게 병원을 가 봐야 하나 상담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때 고창석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선배 연기자 주진모의 한 마디였다.
“인마, 그냥 해 보고 걸어.”
선배 주진모는 늘 암전된 연극무대와 답답한 영화, 드라마 세트에 ‘갇혀 사는’ 고창석에게 햇살을 맞으며 걷는 법을 추천했다. 그 후로 고창석은 해가 좋은 날 늘 밖으로 향한다. 집 앞 한적한 도로도 좋고 남산도 좋다. 특별히 마음을 먹은 날에는 주로 지리산을 찾는다.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면서 길을 걷다보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지리산을 찾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지리산 천왕봉에 텐트 치기 딱 좋은 명당도 이미 두 군데 접수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