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또만나/반또 칼럼]3대가 즐기는 스타트렉, 아버지만 아는 수사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美TV시리즈 ‘스타트렉’ 12번째 영화 외출

5월 30일 개봉한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다들 알다시피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시리즈인 ‘스타트렉’은 1966년 첫선을 보인 뒤 여러 편의 후속 시리즈와 영화를 선보이며 반세기 가까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나의 대중문화 상품이 초기 팬들의 손자 세대에게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장수의 비결로는 우선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 넘치는 인물, ‘트레키’라고 불리는 열성 팬덤이 꼽힌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이 프랜차이즈가 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노화와 쇠락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타트렉 제작진은 ‘시대정신’에 맞게 꾸준히 이야기를 비틀고 때로는 등장인물과 배경을 바꾸며 젊은 팬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브라운관에서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딥 스페이스 나인’ ‘보이저’ 등 여러 후속 시리즈가 제작됐고, 스크린에서는 1979년 작 ‘스타트렉’부터 원작의 리부트인 2009년 ‘스타트렉: 더 비기닝’까지 11편에 이르는 영화가 나왔다.

12번째 영화인 ‘스타트렉 다크니스’ 역시 스타트렉 시리즈의 열광적인 팬들인 ‘트레키’들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스타트렉을 전혀 모르는 새로운 관객도 사로잡는 좋은 후계자다. 커크와 스팍 같은 주요 캐릭터는 여전한 듯하면서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는 옛 설정을 존중하면서 창의적인 변용을 시도했고, 브라운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끈한 물량 공세로 ‘여름용 블록버스터’라는 정체성도 놓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한국 상황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갑갑해진다. 아직 한국에선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장수하는 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 동안’(2000년)이나 ‘올드미스 다이어리-극장판’(2006년)처럼 TV 드라마가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가 없진 않지만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왜 그럴까? 우선 빈약한 캐릭터 탓이 아닌가 한다. 자극적인 설정 속에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서로 삿대질하는 이야기를, 그나마도 ‘쪽대본’으로 만드는데, 거기에서 큰 화면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긴 힘들다. 재해석할 ‘거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 아니면 겉멋 유행처럼 한국 드라마가 집중하는 소재는 영화라는 매체와 화학적인 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수사반장’ 같은 소재는 영화에서도 통할 좋은 이야기 아닐까?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들이 한국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노력을 보고 싶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
#스타렉스#수사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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