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칼럼] <조엘 킴벡의 Holly/Ad>소피마르소, 그녀가 직접 밝힌 ‘아름다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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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11일 14시 37분


소피 마르소.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쇼메\' 광고 캠페인사진
소피 마르소.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쇼메\' 광고 캠페인사진
사실 나는 '라붐'이나 '유콜잇 러브'라는 영화를 동시대에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 영화의 히로인이었던 '소피 마르소'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신기하다 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프랑스 영화 '라붐'과 '유콜잇 러브'에서의 청순한 이미지의 그녀에서 부터, 할리우드 영화인 '브레이브 하트'나 007시리즈의 본드걸로 출연했을 때의 다소 섹시한 이미지의 그녀까지, 어느 한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피 마르소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녀의 모습이 바로 떠오른 다는 것은, 그 만큼 그녀가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스타라는 반증일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소피 마르소의 인기는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단했는데, 1980~90년도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라면 정말 그녀의 존재를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며, 당시의 프랑스 대통령인 미테랑 대통령과 함께 친선대사로 한국을 방문했을때는 속세의 연과 거리가 먼듯한 스님께서도 길을 지나던 소피 마르소를 알아 봤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어쩌면 현재까지 통털어서도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프랑스 여배우가 아닐까 싶다.

특히 80년대 '브룩 쉴즈'와 '피비 케이츠'와 함께 세계 3대 미녀 중의 한명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녀는, 당시 화보 사진등을 비닐소재로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만들어 쓰던 이른바 책받침 붐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개봉 영화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유명세를 치르게 되며 한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까지 되는 등, 한국내에서 유래가 없는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14살에 영화 '라붐'으로 데뷔한 소피 마르소는 데뷔작의 엄청난 히트로 프랑스에서도 일약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올랐고, 그 이후에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비롯, 프랑스의 최고의 스태프들과 출연진들과 함께 다수의 영화에 출연해가며 탑스타의 위치를 굳건히 해 나갔지만, 의외로 한국에서 그녀의 영화가 크게 히트한 작품은 거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 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내에서의 큰 흥행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한국내에서 이 만큼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은 어쩌면 한국인 정서에 잘 맞는 서양인의 외모랄까 프랑스인이지만 외모의 어딘가가 약간의 동양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기때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점에 대해서는 소피 마르소 본인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왜 한국분들이 특별히 저에 대해 대단한 애정을 가져주시는지...그저 고맙다는 생각뿐이죠. 제 스스로도 제가 좀 동양적인 외모를 지녔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는데,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라고 말해 주었으니 말이다.

소피 마르소.'모르간' 광고 캠페인 사진
소피 마르소.'모르간' 광고 캠페인 사진


올해 초, 파리에서 소피 마르소와 함께 광고 촬영을 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에서의 특별한 인기에 관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달까, 촬영 현장을 찾은 소피 마르소는 올해로 40대 중반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극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미모 뿐만이 아니라 몸매와 스타일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데뷔 이래 25년이상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온 탑 스타의 면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귀가 닳도록 들어본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상투적일 수 있겠지만 가장 궁금했던 그 질문,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나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비책이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상투적인 질문이기에 상투적인 대답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는 약간의 걱정을 잊게 만들만큼 길고도 상세한 대답을 해주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화려하게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털털한 이면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유지한다는 느낌 보다는 그저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뭔가 억지로 하려다 보면 그로인해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나 행동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뭔가 절실해지거나 서두르게 되거나 불안해지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되거나 하니까요"

"먹는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뭐가 막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데 일부러 안 먹고 참는다거나 하기보다는 먹고 싶다 생각이 들때 먹고 대신 마음의 평안을 느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언젠가부터 모든 일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참 평온해졌어요. 그런 평온한 마음이 외모에도 영향을 주지 않나 생각을 하구요. 그래서 나이가 먹는 것에 대해서 그리 두려운 마음이 없어졌어요. 얼굴에 생기는 주름하나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싫기만 하지는 않으니까요."

소피 마르소. 사진출처|사토시 사이쿠사(Satoshi Saikusa)
소피 마르소. 사진출처|사토시 사이쿠사(Satoshi Saikusa)


여배우의 적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 눈치다. 어쩌면 이런 마음의 여유적인 부분이 할리우드 배우와 프랑스 배우의 큰 차이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소피 마르소의 긍정적인 생각은 결국 광고라는 메카니즘안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작은 의견충돌을 불러오게 된 것도 사실이다.

왜냐면 소피 마르소 본인은 자신의 얼굴에 있는 주름이 자연스러워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에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브랜드의 얼굴로 소피 마르소를 기용한 클라이언트 측은 왕년의 소피 마르소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변함이 없는 그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에 리터칭으로 그녀가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 남긴 표식를 대부분 지워내고 싶었기에 최종 작업에 예상외의 시간이 걸렸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든 소피 마르소의 얼굴은 그 어떤 리터칭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 사실이었고, 나 역시도 있는 그대로의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느끼고 있었지만, 클라이언트가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라 생각했기에 가운데서 적정하게 조율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소피 마르소와의 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지만, 그 중 한 가지 더욱 심도있게 느끼게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름답게 나이가 드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것이었다.

여배우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또한 두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의 나이에 맞게 살아가며 또한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어쩌면 더욱 멋지게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울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너무나 간단하지만 어쩌면 쉬 잊고 사는지도 모르는 진리를 느끼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소피 마르소는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위해서 내면적으로도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나름의 모토를 지니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이너 뷰티(Inner Beauty)'의 전형이 아닐까 싶었다.

오는 여름에도 다시 한번 파리에 가서 그녀와 다음 시즌의 광고를 촬영하게 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에 설레인다기 보다는 그녀와 나누게 될 인생이 묻어난 깊은 이야기들, 그리 현학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의 철학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끌린다.

많은 남성들의 로망으로 뿐만이 아니라 실은 많은 여성들에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던 당대를 대표하는 미녀, 소피 마르소. 물론 이전에도 아름다웠지만, 지금의 나이라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이기에 그 아름다움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엘 킴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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