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진(35)은 2013년 상반기 ‘시청률의 사나이’였다. 1월부터 6월까지 그가 출연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30%대 시청률로 경쟁작들 중 가장 시청률이 높았다. 이정진은 이런 성적표를 보면서 “아, 욕먹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최근 서울 다동의 한 카페에서 이정진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야외에서 진행된 사진촬영에 지나던 젊은 여성들은 걸음을 멈췄고, 주위 음식점 아주머니들도 한걸음에 뛰어나와 휴대폰 카메라로 이정진을 담기에 바빴다. 이정진은 이들에게 일일이 기분 좋은 미소로 화답했다.
“아까 봤지? 이럴 때 인기를 체감한다. 음식점에 가면 주방에서 뛰쳐나오셔서 ‘먹고 싶은 것 없냐’며 물어보시는데 이런 반응은 난생 처음이다. 연예인에 관심 없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저를 알아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다.”
어느덧 데뷔 10년이 지난 이정진은 큰 사건사고 없이, 흔한 스캔들도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키는 크지만 눈에 띄는 행동을 안 한다”는 싱거운 대답을 했다.
‘백년의 유산’은 출생의 비밀, 과도한 고부갈등, 불륜 등으로 ‘막장’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반면 연기자들에 대해서는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막장 논란으로 드라마 완성도까지 폄하되는 것은 아쉽다. 모든 출연자가 한 작품을 위해열심히 하는데…. 그래도 끝까지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선배들,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막장’ 얘기에 이정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사실 뉴스만 봐도 드라마보다 더한 일들이 많다. 드라마는 게임도 안 된다. 심의에 걸려서 드라마에 못 나오는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느냐”며 허탈해 했다.
이정진은 이세윤을 연기하면서 답답함도 느꼈다. “뭐가 그리 만날 미안한지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는 말로 캐릭터의 성격을 정리했다. 이정진 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음에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제작진과 통하는 게 “반칙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촬영장에서만 얘기하고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정말 제가 뛰어나서 좋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당당히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고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써있는 것 하기도 바쁘다.”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있다지만 이정진도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됐다. 그러나 “때가 되면 하겠지”라며 ‘쿨’하게 답할 뿐이다. 큰 키에 준수한 외모, 직업 등 완벽한 자신의 ‘스펙’을 믿고 여성을 가리는 것은 아닐까.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눈이 무릎 밑에 있다”며 화통하게 웃는다.
“주위에 소개 좀 시켜달라고 하는데 안 시켜준다. 주변에서는 결혼하라고 부담을 주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다. 다만 ‘백년의 유산’에서 결혼식 장면을 찍는데 저는 신랑이 안 돼봤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결혼하지 않는 작품을 찾아야 하나. 하하!”
결혼 생각이 없다는 그에게 최근의 연애 경험을 물었다. 그는 “일하면서도 여자친구를 잘 챙기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못하다”며 현재 여자친구가 없음을 드러내보였다. 최근 트렌드가 되어버린 공개연애는 반대했다.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깐 욕심은 공개하고 싶지만 상대가 일반인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요즘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신상이 다 나오더라. 그런데 나에게 그런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하하.”
“욕먹을 각오”까지 하며 지난 반년을 ‘백년의 유산’에 매달려온 이정진은 휴식 없이 곧바로 하반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평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이정진은 네팔에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하반기 활동의 첫발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