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프랑스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이 공상과학(SF) 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달나라 여행’을 만들었을 때, 영화는 현실 불가능한 것의 구현이었다.
국내 영화제 중 이런 영화의 정의가 가장 잘 스며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18일 막을 올린다. 이용규 작가가 디자인한 올해 영화제 포스터는 이런 영화의 정의를 잘 담고 있다. 지상과 바다, 우주가 뒤섞인 파란 배경 위에 사람과 동물, 로봇이 공존한다.
아시아 최대의 장르영화 축제인 부천영화제에서는 호러부터 판타지, 스릴러, SF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며 무더위와 장마를 잊을 수 있다. 올해는 44개국 230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박진형 수석프로그래머와 유지선 이상호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를 테마별로 소개한다.
절대 놓쳐서는 안될 영화 베스트 4
미국 윌리엄 러스티그 감독의 ‘매니악’이 첫손에 꼽힌다. 1980년에 나온 컬트 명작이다. 주인공 프랭크는 매춘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자 극심한 외로움을 느낀다. 젊은 여자들만 골라 죽이는 프랭크는 그들의 머리 가죽을 마네킹에 씌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한다.
1970년 제작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문제작 ‘엘 토포’도 다시 볼 수 있다. 총잡이 엘 토포의 초현실적인 여정을 그렸다.
일본 쓰카모토 신야(塚本晋也) 감독의 1989년 영화 ‘철남’도 상영한다. 자신의 허벅지를 고철로 찔러 욕망을 극대화하던 남자가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가해자 커플은 남자의 시체를 유기한 자리에서 섹스를 즐긴다. 이후 커플의 몸은 철로 변하기 시작한다.
온몸이 썩어가는 경비원의 이야기를 담은 멕시코 영화 ‘핼리’도 강력 추천!
‘발칙한 상상’ SF와 판타지
‘변태 가면’은 은행 강도에게 인질로 잡힌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탈의실에서 여자 팬티를 뒤집어쓰고 ‘변태 슈퍼 히어로’로 바뀐 소년의 이야기. 일본 후쿠다 유이치(福田雄一) 감독의 작품이다.
프랑스 제르미날 알바레스 감독의 ‘리차드 켐프의 다른 인생’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쫓던 형사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다. 형사는 거기서도 범인을 쫓지만 사랑하는 여인 헬레네는 미래에서 온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일본 코미디 영화 ‘중학생 마루야마’도 빼놓을 수 없다. 마루야마는 음탕한 목적을 위해 몸을 트레이닝 하던 중 척추에서 ‘팡’ 하는 소리가 나며 환상으로 빠져든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공포와 스릴러
1930년대 시골 마을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을 갖고 태어나 타인에게 공격적인 아이들이 수용소에 격리된다. 백혈병 선고를 받은 의사 다비드는 골수 이식을 받으려고 친부모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겪었던 끔찍한 과거와 마주한다. 스페인 영화 ‘페인리스’의 줄거리다.
중국 강시를 좀비 형태로 부활시킨 미국 영화 ‘리빙 데드’도 볼만하다.
‘뜨거운 필름’ 로맨스
부천에는 괴기스러운 영화만 있는 게 아니다. 대만 허우지란(侯季然) 감독의 ‘늑대가 양을 만났을 때’. 한 소년은 사라진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다 그를 찾아 학원에 간다. 학원 복사가게에서 일하던 소년은 어느 날 복사할 시험지에 양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림을 그린 학원 조교 샤오양을 사모한다.
아르헨티나 영화 ‘하와이’는 특별한 동성애 영화. 달달하거나, 처절하거나 둘 중 하나인 다른 퀴어 로맨스와는 다르다. 농밀한 시선의 교환으로 긴장을 쌓아가는 정교한 연출이 돋보인다.
미국 신예 여성감독 일라이자 히트먼의 ‘사랑인줄 알았어’는 소녀의 성장 보고서. 우연히 해변에서 본 불량배 새미에게 매료된 14세 소녀 라일라는 그와의 거짓 로맨스를 꾸며내기로 결심한다. 라일라의 거짓말은 새미에 대한 공격적 접근이 실패할 때마다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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