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르 키엔체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영적 스승이자 영화감독이라는 독특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불교의 진리를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 선보일 세 번째 장편 영화 ‘바라: 어 블레싱(Vara: A Blessing)’을 촬영하고 있는 ‘영화감독 키엔체 노르부’. 아래 사진은 수행자들을 지도하다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는 종사르 키엔체 린포체. 키엔체 노르부 제공
야구 모자를 쓰면 영화감독 ‘키엔체 노르부’, 가사(袈裟)를 걸치면 ‘종사르 키엔체 린포체’.
웃음이 한없이 착해 보이는 52세의 이 부탄 사람만큼 흥미롭고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 있을까? 티베트 불교에서 린포체는 위대한 인물의 환생자이자 영적 스승을 가리킨다. 그는 7세 때 티베트 불교 수호의 핵심 인물이자 개혁가였던 잠양 키엔체 왕포의 세 번째 환생으로 판명돼 뭇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불교 수행자로 교육받던 그는 영국에서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틀 부다’의 고문을 맡아 또 다른 길을 걷게 된다. 1999년 그의 영화 데뷔작 ‘컵’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은 부탄 최초의 장편영화이자 티베트어로 만들어진 첫 영화였다. 그해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도 초청됐다.
8월 2∼4일 방한하는 그를 e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그는 방한 기간 인터넷 방송인 유나방송에 출연하고 서울 봉은사와 상도선원에서 법회도 연다.
만주스리 발란고다 제공 ―종사르 키엔체 린포체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
“종사르는 사람이 아닌 사원 이름이고, 키엔체는 대승불교의 기둥인 지혜와 자비를 말한다. 하지만 내게 그런 성품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개를 부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웃음)
―환생 개념은 낯설다.
“환생이 없으면 윤회도 없으니 모든 불자들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개념이다. 우리가 수행하는 이유는 시공 속에서 계속되는 고통의 환영을 끊기 위한 것이다.”
―티베트 불교와 한국, 중국 불교의 차이점은…
“같은 대승불교로 궁극적으로 차이는 많지 않다. 모두 반야바라밀경 같은 훌륭한 경전을 공경한다.”
―베르톨루치를 당신의 영화 스승이라고 할 수 있나.
“당시 나는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불교 수행자였고, 그는 이미 거장이었다. 마치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대학교수를 만나는 것과 같았다. 무엇을 배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내게 영화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당신에게 불교와 영화는 어떤 관계인가.
“영화는 티베트 불교를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 언어를 바르게 쓴다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티베트와 인도 등에 있는 종사르 사원 네 곳의 책임자로 2000여 명의 스님을 지도하고 있다. 수행센터 ‘싯다르타의 의도’와 복지단체 ‘연꽃 활동’을 설립해 수행자와 가난한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뛰어난 수행자이자 영화감독과 배우, 베스트셀러 저자다. 무엇을 가장 잘하나.
“연기를 제일 잘한다. 특히 삶에서의 연기가 베스트다.FF”
―방한 중 계획을 소개해 달라.
“꼭 김치를 먹을 거다.”
―이탈리아 배우이자 감독인 로베르토 베니니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영화 제목인 “Life is Beautiful(인생은 아름답다)”이라고 외쳤다. 당신은 어떤가.
“Life is Inexpressible(인생은 표현할 수 없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의외로 린포체의 결혼에 대한 제한이 없다. 종사르 린포체도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 친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e메일 인터뷰였지만 마치 마주앉아 차 한잔 나누는 것처럼 그의 뛰어난 유머 감각과 삶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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