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피플]‘월령앓이’ 최진혁 “밤새우며 8시간 오열 연기, 터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10시 52분


코멘트

●'구가의 서' 이후 CF, 화보, 영화까지…"엄마가 울었다"
●여전히 애련한 월령, "아쉽고 공허하기도"
●차기작은 김은숙 작가 드라마 '상속자들' 상위 0.1% '독설왕' 재벌 역

최진혁은 “원래 피부가 너무 하얘서 태닝을 한다”고 말했다. ‘구가의 서’에서 천년악귀로 변신했을 때는 더 검게 분장했다.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최진혁은 “원래 피부가 너무 하얘서 태닝을 한다”고 말했다. ‘구가의 서’에서 천년악귀로 변신했을 때는 더 검게 분장했다.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구월령'이 아닌 배우 최진혁(28·본명 김태호)은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키 187cm, '하이패션' 모델 못지않은 비주얼이지만, 사진 촬영은 꽤나 어색해했다. 윙크해달라는 사진 기자의 주문에 "제발, 그것만은"이라고 내뺐다. 하지만 연기 얘기가 나오면 달랐다. 수다스러웠다. 두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며 웃고 신이 났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MBC '구가의 서'에서 착한 순정남부터 악귀까지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준 그에겐 '월령앓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대세남'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각종 상반기 드라마 결산에서도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있다.

최진혁은 배우가 되고나서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얼떨떨하다"고 했다.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으로 데뷔한 그는 '로맨스가 필요해'(2011년) '내 딸 꽃님이'(2011년) '판다양과 고슴도치'(2012년)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연기를 그만두려 할 때 '구가의 서'가 나타났다. 지리산 신수(神獸) 구월령(최진혁)과 인간 윤서화(이연희)의 사랑을 그린 1,2회는 그의 독무대였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주인공 강치(이승기)가 태어났고, 아내에게 버림받아 죽은 월령은 13회에서 천년악귀로 부활했다. 최진혁은 월령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었고, '최진혁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월령에서 빠져 나왔나.


"빨리 다음 작품 들어가야지, 공허하다. 수학여행 갔다가 다시 학교 가야 하는 것처럼 후유증이 심하다. 신나게 놀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다."

-'월령앓이'는 최진혁 씨가 하는 것 같다.

"애련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 차에서 음악 들으면서 마지막 촬영장 가는데 울컥하더라. 곤이(성준)가 '형 촬영 끝난 거 축하드려요' 하는데 화를 냈다. '그게 축하할 일이냐'고. 좋은 의미로 말했을 텐데, 미안했다."

-요즘 일복이 터져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고 들었다.

"4~5일 전까지는 쉬었는데, 지금 일이 많이 밀렸다. 인터뷰, 잡지 화보, 광고도 그렇고 영화도 하기로 해서. 영화 제목은 말씀 못 드리는데, 약간 느와르라고 해야 하나. 멜로 영화는 안 들어오더라."

-얼마 전 라디오에서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또래 남자애들보다는 엄마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잘해드리고 싶은데 항상 뜻대로 안됐다. 일도 그렇고 금전적인 부분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이었다. '벌어 놓은 건 없는데 내가 군대 가면 엄마가 생활하실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날이었다. '구가의 서' 21회 방송 끝나고 포털 검색어에 이틀 동안 오르고 주변에서 미친 듯이 전화가 왔다. 일도 많이 들어오고. 엄마에게 이런저런 일 하게 됐다고 자랑하면서 '더 행복하게 해드릴게' 했는데, 엄마가 우셨다. '아, 왜 울어' 하다가 나도 막 터지고. 강아지도 울고. 강아지는 울다가 눈치 보고 방으로 들어가고."

-21회가 압권이긴 했다. 여복(女福) 터지게 죽은 서화 윤세아, 이연희를 번갈아 끌어안고 "당신을 미워한 게 아니었소"라며 서럽게 우는 연기. 여자들이 많이 좋아했다.

"그때 밤새우면서 새벽까지 8시간을 울었다. 분장 바꾸는 시간 빼면 한 7시간? 재등장이 결정되면서 머릿속에 있는 신은 항상 그거 하나였다. 분명히 서화를 만나 못 풀었던 얘기를 하며 오열하는 신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 못한 난관이 있었다. 상대역이 윤세아 선배(중년 서화)에서 연희(어린 서화)로 바뀌고, 설마 그 짧은 순간에 다시 신수로 돌아갈 줄은 몰랐다. 분장과 상대 배역까지 바꾸면서 연기해야 하니까 힘들었다. 다행히 미리 감정을 쌓아놓아서 잘 터지더라. 촬영장 카메라 세팅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서화와 절절했던 1, 2회 장면이 담긴 '사랑이 아프다'('구가의서' OST) 뮤직비디오를 봤다. 감정 유지에 도움이 됐다."

-그 장면에서 최진혁 씨가 부른 '잘 있나요' OST가 흘러 나왔다. 가수도 아닌데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녹음 당시 작곡가 형들이 '진혁 씨는 연기자니까 무조건 기교 빼고 감성 위주로 가자. 구월령이 부른 거로 하자'고 했다. 서화를 생각하며 불렀던 것 같다. 울컥했다."

-이젠 어딜 가나 '잘 있나요'를 불러달라고 하지 않나.

"그렇다. 쑥스럽다. 가수도 아닌데 노래하는 게."


배우 최진혁.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배우 최진혁.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원래 성격은 어떤가.


"밝은데, 요즘 가라앉았다. 실제로는 '판다양과 고슴도치' 원일이와 비슷하다. 그때 스태프, 배우들 모두 또래여서 친해져서 유쾌하게 찍었다. 원래 그렇게 바보 캐릭터가 아닌데 작가님이 빵빵 터트려서 캐릭터가 산으로 갔고, 바보가 됐다."

-수지는 예쁜가? 유독 수지와 찍은 '구가의 서' 현장 사진은 표정이 밝더라.

"(웃느라 대답을 못하다가) 현장에서 항상 밝은 편이라 잘 웃고 장난친다. 유독 그런 건 아닌데, 너무 아기 같아서 와~하는 느낌은 없었는데….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다."

-여전히 '월령앓이' 하느라 힘든 분들이 많다. 응원의 메시지 좀.

"나도 월령앓이 중인데…. 아쉽다. 22회 서화랑 잠드는 마지막 신을 대본에서 보고 작가님께 전화했다. '설마 끝난 거예요?' 작가님에겐 해선 안 될 말인데, 나도 모르게 '아쉽고 섭섭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월령이 아꼈던 사람들에게 최소한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하길 바랐다. 소정이랑도 '툭툭' 어깨치며 작별하고. 심지어 소정은 내가 어디 갔는지 찾지도 않더라."

-극중 유일한 친구 소정법사(김희원)에게 섭섭했나.

"(천년악귀로 부활한 후) 소정이 나를 무서워하는 게 싫었다. 강치한테 도망가라고나 하고. 하긴 나도 좀 마음이 그랬다. 갑자기 깨어나서 잠이 덜 깼는지, 친구도 못 알아보고 소정을 자꾸 막 던져 버리고 목잡고. 하하"

-월령은 틈만 보이면 상대방의 목을 잡고 들어올리는 '목덕후'였다.

"내가 언덕에서 걸어 내려오고 조관웅(이성재)이 조총을 겨누는 신이 있었는데, 촬영 도중 저 멀리서 누가 걸어 다녔다. 신우철 감독님이 '저거 누구야?' 그래서 잡으러 달려가는 시늉을 했더니 감독님이 '목 한번 잡고 와!' 그런 농담하는 분이 아닌데 웃겼다."

-월령은 대사가 적어서 그런지 눈으로 연기했다. 강치가 "여울인 내 사람이야"라고 할 때, 빛 CG가 날아다니고 월령이 그걸 보며 만감이 교차한 아픈 표정을 지었다.

"빛이 있다고 상상하고 했다. 진짜 힘들었던 게 한쪽 눈을 가린 헤어스타일이라서 눈이 한쪽 밖에 안 보이니까, 내가 하려던 연기가 화면에 잘 안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디테일하게 연습했다. 눈을 조금 찡그리거나 살짝 떨거나 했다. '동공연기'라는 게 참 힘들더라."

-조관웅이 조총을 쏘기 전 당신의 연기도 좋았다. '터미네이터'처럼 관군 하나하나 눈으로 스캔하다가 조관웅을 발견하고 울대가 커지고. '목표는 저놈이다' 하는 표정.

"신우철 감독님이 현장에서 '자, 이렇게 스캔하는 거야. 조관웅이 보여. 죽여!' 설명해주셨다. 힘들었다. 시선을 딱딱 끊어지게 하지 않으면 눈으로 사람들을 스캔하는 게 보이지가 않으니까. 카메라 감독님께 감사하다. 나중에 화면으로 보니 줌을 살짝 주셨다. 진짜 터미네이터처럼 나왔다."

-조관웅은 월령부부의 원수인데 발길질이라도 했어야지, 월령은 복수는커녕 총까지 맞았다.


"조관웅과 정리 못 한 게 제일 아쉬웠다. 그때 조관웅의 조총을 뺏어버렸어야 했는데! 총구라도 틀어막고 싶었다. 총에 불붙이고 겨누는데 되게 얄미웠다. 우리 둘을 그렇게 만든 게 조관웅인데…."

-천년악귀의 저주가 풀린 월령은 죽은 서화 곁에서 영면했다. 아들 강치(이승기)의 여자 친구 여울(수지)이 죽어갈 때 월령이 도와주겠거니 했는데, 잠만 자더라.

"그 때 저는 서화랑 영원히 잠들었고…. 하하. 강치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월령은 오로지 서화였다. 그러니까 20년 만에 처음 본 아들에게 덤덤하게 교훈만 얘기하고, 여자가 더 중요하다고 가버렸지."

-마지막에 환생한 여울과 강치가 현대에서 만났다. 월령도 500년 뒤 깨어났을까.

"아니다. 서화 때문에 불로불사의 삶을 포기하고 그 여인 옆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죽었다고 봐야 한다."

-구월령으로 얻은 것은 뭔가.

"내가 '가능성 있는 애구나'를 처음 안 것 같다. 지금도 연기를 못하지만, 연기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월령은 나와 잘 맞았다. 중저음 목욕탕 목소리가 콤플렉스였고, 눈웃음치는 게 애 같고 바보 같아서 싫었는데, 그게 빛을 발할 줄 몰랐다. 실은 이병헌 선배처럼 시원하게 웃고 싶었다. 그런데 나처럼 눈으로 웃는 애들은 안 고쳐진다."

-그 눈웃음 괜찮다. 키가 커서 위압감이 있는데 웃으면 반전매력이 있다.

"그게 월령한테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새 작품(10월 방영예정 SBS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웃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내가 연기할 김원은 김탄(이민호)이 유일하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형인데, 독설가다. 김은숙 작가님이 '멋있게 나오게 해줄게'라고 해서 덜컥 '해야죠' 했다."

최진혁은 신우철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말 감독님이 원하는 감정이 나올때까지 연기를 시킨다. 그런 점이 최고의 연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최진혁은 신우철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말 감독님이 원하는 감정이 나올때까지 연기를 시킨다. 그런 점이 최고의 연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차기작 '상속자들' 배역 김원에 대해 살짝 힌트를 달라.

"나도 궁금하다. 김은숙 작가님이 얘길 안 해 준다. 그냥 '영어랑 골프해라' 이런 식이다."

-구체적인 설정도 잘 모르는데 선택한 이유가 뭔가. 게다가 주인공의 형, 조연이다.

"스태프와 김은숙 작가의 필력을 무시할 수 없다. 김 작가님은 모든 캐릭터를 다 잘 살려주니까 그런 믿음이 있다. '구가의 서' 2회 끝나자마자 연락하신 걸 보고 내게 애정이 있구나 생각했다. 김원이 '차갑고 시크하고 무뚝뚝한 나쁜남자'라고 하는데, 전부터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러브라인은 있나, '상위 0.1% 재벌' 김원은 어떤 여자와 사귀나?

"러브라인은 있는데 캐스팅이 안됐다. 뭘 알아야 말하지. 미치겠다."

-군대 문제가 남아 있다. 연예병사로 가나?

"(고개 숙이고 웃다가) 내년에 간다. 일반병으로 가고 싶다."

-새 작품 연기 각오는?

"연기를 잘해야겠고,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건방 떨지 않으면 자신감도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전에는 연기하면서도 이게 맞나 눈치를 보고, '커트' 하면 감독님 눈치 보고 그랬다."

-인기 때문에 악플도 많아졌다. '상속자들'에서도 뜨면 과녁이 되어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하하. 별로 신경 안 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만큼 알려졌다는 거니까 좋다. 처음에는 악플을 보고 당황했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본다. 되게 웃기게 악플 다는 사람도 많다."
마지막으로 최진혁은 '구가의 서'에서 이순신으로 나온 유동근의 발성과 연기력을 배우고 싶다면서 "언젠가 같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구월령으로 연기의 참 맛을 안 배우 최진혁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