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이 딱 두 벌 있다는 성동일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한껏 치장하지 않아도 내면의 멋은 “즐기면서 일을 해온” 내공에 더욱 빛났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미스터 고’ 베테랑 에이전트 변신, 성동일
호리하고 세련된 MLB 에이전트 외모 극중 성충수 역 위해 몸무게 16kg 감량 주윤발 유덕화 몸매 보고 반성 일화도
“예능서 뜬 이유는 일 즐기는 습관 덕”
“난 비주얼 배우가 아니라 비주류 배우인데.”
“주윤발, 유덕화의 레드카펫을 지켜보며 내 배를 봤다. 난 참 게으른 놈이구나.”
“연기 잘 하는 배우? 그럼 출연료를 많이 주든지!”
“1년 중 술 먹는 날보다 먹지 않는 날을 세는 게 더 빠를 걸? 하하!”
배우 성동일(46)은 강약을 조절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냈다. 기사엔 쓸 수 없는 구수한 비속어를 섞기도 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나타난 그는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 이 모양”이라며 몇 번씩 “죄송하다”고 멋쩍어했다. 평소 자신이 즐겨 입는 청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스타일리스트가 없고 선크림 같은 건 아예 바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주얼 배우가 아니잖아!”
TV나 스크린에서도 다르지 않다. 멋 내지 않아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다.
“원래 양복이 딱 두 벌 있다. 행사용 양복, 상갓집용 양복.(웃음)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데, 그건 꼭 외모로 표현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자유롭게 입는 편이다.”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스카우트를 만났는데 호리호리한 몸매에 세련된 모습이었다. 비슷한 때에 중국에서 저우룬파(주윤발)와 류더화(유덕화)의 레드카펫을 봤다. 그들의 몸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배에 눈길이 갔다. 얼마나 게으르게 연기했는지 확! 반성이 됐다.”
그래서 “술은 먹되 운동으로 살을 빼자”면서 매일 한 시간씩 땀복을 입고 뛰었다. 축구장 30바퀴씩 뛴 적도 많다. 끝이 아니었다. 3D캐릭터인 고릴라를 상대하는 연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난 머리가 좋은 배우가 아닌데. 카메라와 내 위치를 계산하고 성충수 성격대로 대사를 마치 독사처럼 쏟아낼 땐 진이 빠졌다.”
감정이 오르기도 할라치면, 연출자인 김용화 감독은 “형! 왜 ‘국가대표’ 아류처럼 연기하느냐”고 다그쳤다. 성동일과 김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로 흥행을 이뤘던 사이다. ‘미스터 고’는 이들이 3D 입체 캐릭터에 처음 도전한 작품. 영화는 18일 중국 50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김 감독은 성동일에게 ‘오직 연기로써 진정한 한류스타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성동일은 “감독이 배우를 아주 잘 알아봤다”고 답했다.
성동일은 최근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대중의 신뢰가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만나 폭발한 결과다. 성동일은 “일을 솔직하게 즐기며 해온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롤 모델로 이순재, 신구, 박근형을 꼽았다.
“선생님들을 뵐 때면 건강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나도 오래 연기하고 싶으니까. ‘미스터 고’ 시사회 뒤에 한 제작자가 ‘(비중이 높아져)이젠 함께 영화하기 어렵겠다’고 하더라. 무슨 소리냐 했다. 난 돈을 받고 연기하는 배우인데.”
다음 영화는 휴먼코미디 ‘수상한 그녀’다. 조연이다. 이 영화 제작진 역시 ‘역할이 적은데 괜찮겠느냐’고 물어왔다. 답변은 간단했다.
“연기해서 즐거우면 그게 주연 아니겠나.”
성동일은 “일은 즐기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자신은 “연기로 예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이라며 “그래야 마누라가 검은 비닐봉지가 아닌 명품백 들고 다닐 수 있잖아. 명품이 많냐고? 아니, 하나도 없지! 아이 셋을 낳아도 백 하나 안 사줬으니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첫째 아들과 출연 중인 ‘아빠! 어디가?’에 대해서도 꺼냈다. “적절한 때가 오면 아이는 다시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나는 연기자로 돌아갈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고마움은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즐기며 “둥근 원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