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까밀 리와인드’(18일 개봉)가 어떤 영화인지 알 것이다. 맞다. 과거로 시계태엽을 리와인드하는(다시 감는) 영화다. 프랑스판 ‘백 투 더 퓨처’이고, 고소영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한국 영화 ‘언니가 돌아왔다’와 같은 종류다.
40대 여성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직업은 배우. 처참히 살해당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 무명 배우다. 신통치 않은 배우 생활에 알코올 중독자인 그의 삶은 먹구름 그 자체. 설상가상으로 남편 에릭(사미르 게스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함께 살던 집을 팔아버리고 떠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까밀은 고교 동창생들과 파티를 연다. 몇 잔 들이킨 술 때문이었을까.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급기야 졸도를 한다.
깨어나 보니 여기가 어딘가.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다. 어머니는 “학교 갈 준비 안 하고 뭐하냐”고 말하고, 아버지는 식탁에서 신문을 보신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인데…. 거울을 보니 까밀의 외모는 축 처진 엉덩이를 가진 아줌마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10대로 본다. 짧은 치마에 귀에는 헤드폰을 꽂고 자전거에 올라 학교로 향하는 까밀. 그의 기분은 날아갈 듯 가볍기만 하다.
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까밀은 어머니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사망한다는 걸 다 알면서도 끝내 막을 수가 없다. 고교 동창인 남편이 뜨거운 구애를 해오자 거부하기 힘들다. 바람이 나 떠난 남편에 대한 증오가 마음에 가득한데도 말이다.
영화를 반길 관객은 극중 주인공과 같은 연령대인 중년 여성일 것 같다. 세월을 리와인드하고 싶은 중년 여성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영화는 과거로 돌아간 까밀 역에 10대 배우 대신 40대 배우를 그대로 썼다. 얼굴은 주름졌지만 짧은 치마를 입고 10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아줌마’ 까밀의 모습은 중년 관객의 감정이입을 돕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노에미 르보브스키 감독이 연출, 주연, 각본을 맡았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최고 프랑스 영화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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