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크린이 양 옆으로 갈라지자 거대한 체구의 휴 잭맨(45)이 안개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영화 ‘더 울버린’(25일 개봉) 홍보를 위해 방한한 잭맨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등장했다.
흰색 긴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로도 슈퍼히어로 ‘울버린’의 다부진 근육을 가리지는 못했다. 그의 손등에선 울버린의 상징인 ‘클로’(삼지창 모양의 무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제는 클로를 능숙하게 다루게 됐어요. 13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니 극 중에서 200년을 넘게 살아온 울버린을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울버린은 슈퍼히어로 중에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죠.”
잭맨은 2000년 영화 ‘엑스맨’을 시작으로 총 6편의 시리즈에 울버린 역할로 출연했다. 역대 히어로 영화 중 최장 기간(13년), 최다 편수(6편)에 동일 캐릭터로 출연한 기록이다. ‘더 울버린’은 자연치유 능력이 있어 영원히 죽지 않는 울버린이 자신의 초능력을 빼앗으려는 적들과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와 달리 오로지 울버린에 집중한다.
“이번 영화에는 눈에서 레이저를 쏘거나 몸 색깔이 변하는 초능력자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통 상실 외로움 등 울버린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죠. 특히 초고속 열차인 신칸센 위에서 적들과 싸우는 액션은 지극히 인간적인 장면입니다.”
잭맨은 서울 홍보대사이다. 그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한국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점이 항상 아쉽다. 슈퍼히어로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 중이지만 도착하자마자 한국 불고기를 먹었다”고 했다.
지난해 개봉해 국내 관객 591만 명을 동원한 ‘레미제라블’(그는 장발장으로 나온다)에 대해서는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쁘다. 식당이나 기내에서 만난 한국 팬들은 영화를 본 소감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준다”고 고마워했다.
지난번 방한 때 기념 선물로 딸에게는 한복을, 아들에게는 태극기를 사다줬다는 그는 “어제는 애완견 한복을 선물로 받았다. 앞으로 파파라치 사진에 나와 함께 산책하는 한복 입은 강아지가 등장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후속작인 ‘엑스맨: 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찍고 있다. 한국 영화에 출연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기내에서 영화 ‘도둑들’을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한국인들이 자국 영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한국의 영화 관계자들은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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