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상상력… ‘만화원작 영화’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영화계가 만화에 탐닉하는 까닭은

‘아이언맨3’ ‘은밀하게 위대하게’ ‘맨 오브 스틸’ ‘레드: 더 레전드’….

만화가 원작인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이런 영화들은 흥행 면에서 대박을 치고 있다. ‘아이언맨3’는 국내에서 900만 관객을 모았다. ‘은밀하게…’는 7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고, ‘맨 오브 스틸’은 200만 명이 넘었다. 한국 영화의 올여름 대표선수인 ‘미스터 고’와 ‘설국열차’도 만화를 각색한 작품들이다. ‘퍼시픽 림’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일본 만화 ‘철인28’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만화 원작 영화의 전성시대다.

○ 영화계, 만화의 상상력을 빌리다

한국 영화는 독자적인 시나리오의 빈곤을 만화 콘텐츠를 빌려 메우고 있다. ‘미스터 고’는 1980년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각색했다. ‘제7구단’은 타조, 기린 등 여러 동물이 야구 경기를 하는 이야기다. 동물들 중 홈런 타자가 고릴라. ‘미스터 고’는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고릴라만을 등장인물로 빌려 왔다.

‘미스터 고’의 제작사는 2008년 만화 판권을 구입했다. 허 화백은 제작사가 각색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판권 구매를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판권 가격은 업계의 비밀”이라면서도 “허 화백의 다른 작품인 ‘타짜’나 ‘식객’보다는 싼 가격에 샀다”고 전했다.

‘설국열차’는 장마르크 로셰트 작가의 프랑스 만화 ‘르 트랑스페르스네주’가 원작. 이 작품은 1986년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만화가는 판권 판매 시 가격보다는 영화를 누가 만드는지를 고려한다. 유럽에서 봉준호 감독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판권 구매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만화의 판권 가격은 최소 5000만 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외국 만화도 특별히 가격이 높지는 않다.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제작비용이 50억∼6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니다. 영화를 위해 쓰인 시나리오는 최고 2억 원 정도를 받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월트디즈니는 만화 콘텐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만화 제작사 마블코믹스를 인수했다. 마블코믹스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이카, 고스트 라이더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 1000여 개를 보유한 회사. 마블코믹스는 개미처럼 작아지는 능력을 가진 ‘앤트 맨’도 선보일 계획이다. 장혜조 월트디즈니코리아 마케팅부장은 “디즈니가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샘을 확보한 셈”이라고 했다.

○ 영화가 만화에 빠지는 이유

만화의 제한 없는 상상력은 영화계의 ‘러브 콜’을 받는 이유다. 미국 만화 초창기인 1920년대 슈퍼맨을 만든 DC코믹스, 스파이더맨의 마블코믹스는 공상과학(SF), 호러, 추리물 등 당시 글과 영상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콘텐츠를 쏟아냈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런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발전된 컴퓨터그래픽(CG) 기술 덕분에 이제 영화는 만화의 상상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어릴 적부터 웹툰에 익숙하다. 이들이 만화적 서사를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만화 원작 영화가 번성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여의주를 7개 모으면 소원을 이루는 ‘드래곤볼’, 고릴라가 야구하는 ‘제7구단’ 등 만화의 황당한 서사를 젊은 세대는 익숙하게 느낀다는 이야기다.

만화 원작 영화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종규 작가의 ‘전설의 주먹’이나 강풀 작가의 만화를 각색한 ‘아파트’ ‘순정만화’ ‘바보’ ‘통증’ 등은 흥행에 쓴맛을 봤다. 만화 ‘26년’을 동명의 영화로 제작한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웹툰의 방대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2시간의 영상으로 줄이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웹툰은 회별로 이야기가 끊어지는데, 이 간극을 잘 메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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