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씨 맘 잘 알아요… 울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고 김종학 PD와 명콤비를 이뤄 20년 넘게 드라마 7편을 만들어온 송지나 작가(오른쪽). 동아일보DB
고 김종학 PD와 명콤비를 이뤄 20년 넘게 드라마 7편을 만들어온 송지나 작가(오른쪽). 동아일보DB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면 ‘아 이상한 꿈을 꾸었어’라고 말할 거 같습니다.”

23일 별세한 김종학 PD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신의’로 20여 년간 호흡을 맞췄던 송지나 작가(54). 그가 24일 오전 3시 30분경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 글에서 ‘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했던 박상원 채시라, ‘태왕사신기’의 배용준 이지아, ‘신의’의 김희선 이민호 류덕환 박세영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그분의 초창기 작품을 함께했던 나이 지긋한 연기자 스태프와 마지막이 되어버린 작품의 젊은 연기자 스태프가 한 방 안에 다 함께 있었습니다. 정말로 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이렇게 다 모이게 해서 밥 한 번 같이 먹고 싶으셨던가… 그런가요?”

송 작가는 고인을 마지막까지 옥죄었던 유작 ‘신의’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도 언급했다. 김 PD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배우 김희선에 대해 “고인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 “출연료 미지급 소송이 직접적 죽음의 원인이다”라는 비난 여론이 일던 상황이었다. 김희선은 최근 ‘신의’의 제작사를 상대로 출연료 미지급 소송을 내 승소했다. 송 작가는 “희선 씨 때문에 마음이 많이 쓰인다”며 “이름 없는 스태프나 신인 연기자들이 자신들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고. 이름 있는 누나가 우리 힘 좀 되어주세요, 그래서 고소장에 이름을 얹어주었던 내막을 제가 압니다. 감독님을 상대로가 아닌 제작사를 상대로. 그런데 그 이유로 울고 또 울어요. 그러지 말아요”라며 김희선을 위로했다.

이어 “잘못을 한 이가 있다면 그 긴 세월을 함께했으면서도 마지막 전화 한 통화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게 얄팍한 세월을 지녀온 사람이다”라며 자책했다.

고인에 대한 추모 영상을 만들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그 영상에 입힐 몇 줄의 글을 쓰라고 합니다. 그런 영상에 입힐 말 같은 건 한마디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자칫 그런 말을 하면 이게 다 꿈이 아닌 게 될 거 같습니다.”

한편 24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전날 성남시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PD의 사인을 자살로 최종 결론 내렸다. 고인은 ‘신의’의 출연료 및 임금 미지급과 관련해 배임 횡령 사기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김종학#송지나#신의#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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