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신구-백일섭 “나이·체력 걱정했는데…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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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26일 07시 00분


50년 지기 동료 이순재·박근형과 ‘꽃보다 할배’를 통해 세계를 여행 중인 신구(왼쪽)와 백일섭. 두 사람은 프랑스에 이어 대만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쌓고 있다. 사진제공|tvN
50년 지기 동료 이순재·박근형과 ‘꽃보다 할배’를 통해 세계를 여행 중인 신구(왼쪽)와 백일섭. 두 사람은 프랑스에 이어 대만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쌓고 있다. 사진제공|tvN
■ tvN ‘꽃보다 할배’ 둘째와 막내 두 번째 여행 소감

신구 “젊은 세대에 우리 감정 잘 전달됐으면”
백일섭 “절친한 형님들과 함께 해서 더 기대돼”

평균 연령 76세 좌충우돌 배낭여행 인기 폭발
파리 이어 대만행 결정에 초등학생처럼 들떠
“죽을 때 생각날 것” 어르신들 감동 선물 계속

맏형 이순재(78)는 앞만 보고 걷는다. 셋째 박근형(73)은 그런 형을 뒤쫓는다. 둘째 신구(77)는 무릎이 아파 빠르게 걸을 수 없는 막내 백일섭(69)을 기다린다. 백일섭은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이순재가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구야형’ 신구가 어느새 다가와 자신을 위로하면 금세 환한 미소를 찾는다. 둘째와 막내는 그렇게 힘들 때 서로를 밀고 당기며 태어나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즐기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5일 첫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평균 연령 76세의 네 ‘할배’가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 겪는 좌충우돌 여행기가 웃음을 선사하면서 때로는 진한 감동까지 안겨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프랑스 파리로 떠난 첫 여행을 마치고 이순재와 박근형은 “우리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나왔으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했지만 신구와 백일섭은 “또 언제 떠나느냐”며 기대에 부풀었다. 24일 두 번째 여행지인 대만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신구 그리고 백일섭은 수화기 너머로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즐거워하는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그러면서도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을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러져 절로 웃음을 머금게 했다.

● “니들이 ‘할배’를 알아?”…영원히 남을 추억

12일 방송된 2회에서 신구는 파리 에펠탑을 바라보며 “죽어갈 때도 잔상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50년 넘게 교유해온 동료들과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더없이 행복해하기도 했다. 신구는 전화 인터뷰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진짜로 죽을 때 생각날 것 같다”는 말을 들려줬다. 순간, 묵직한 그 무엇인가 가슴을 쳤다.

“이 나이에 서로 어울려 어딘가로 여행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아? 결정하는 데 나이가 제일 걱정이었지. 그것도 배낭여행이라니, 건강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데 말이야.”

출연하는 무대가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것보다 자신의 많은 나이가 혹여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연출자 나영석 PD의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믿었다.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나 PD의 말을 끊고 “그러니까 애들이랑 여행한다는 거지. 그럼 나 할게”라고 말하며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숙식과 교통 등 불편한 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순재 형, 근형이, 일섭이와 어울려 여행을 다니면 분명히 추억에 남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힘들어도 서로 웃으면서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신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단순히 노인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감동을 받았으면 좋을 것 같아. 같은 사물도 노인의 시각으로 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고.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부분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허허!” 수화기를 내려 놓은 뒤에도 그의 말은 긴 여운으로 남았다.

● “이번엔 가벼운 멸치볶음이야!”…형들과 함께하면 그저 신나

막내 백일섭은 첫 회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는 짠한 감정을 안았다. 무릎이 좋지 않은 탓에 파리의 숱한 계단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여행가방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힘겨워 한 그는 결국 아내의 정성이 담긴 장조림통을 버렸다. 그리고는 이내 이를 가장 후회한다며 헛헛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젊은 시청자는 까닭모를 감정을 느끼며 우리 세대 어르신들의 또 다른 모습을 봤다.

“장조림 정말 무거우셨나요?”라고 물었다. “무거워, 너무 무거워!”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장조림보다 다소 가벼운 멸치볶음을 준비했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예능프로그램 ‘사상 최고령 막내’가 된 백일섭은 첫 여행의 추억을 떠올렸다.

“여행 자체가 재밌는 일 아니겠어? 나에게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이었다. 특히 옛날부터 잘 알고 지내 온 형님들과 함께 해서 더욱 좋다. 두 번째 여행이라니 더욱 기대도 되고.”

새로운 여행지인 대만을 두고 “무릎이 아픈 것보다 날씨가 덥고 습하다고 해 그게 걱정이다”며 근심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두 번째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앞두고 거의 한 달 만에 인천공항에서 다시 만난 신구와 백일섭. 두 사람은 박근형과 함께 24일 오전 6박7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떠났다.

맏형 이순재는 “두 번째 여행 기대되느냐고? 글쎄. 가봐야 알지. 그래도 뭐 재밌겠지. 허허허!”라고 내심 기대하며 ‘젊은 짐꾼’ 이서진과 후발대로 25일 합류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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