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년 차 남성그룹 B.A.P(방용국 힘찬 대현 영재 종업 젤로)는 보기와 달리 순박한 시골청년이었다. B.A.P는 데뷔곡 ‘워리어’를 시작으로 늘 사회성 강한 노래를 불러왔고, 남성미 넘치는 근육질 외모와 의상, 자신감 있는 카리스마를 과시해 왔다. 이런 B.A.P에게서 ‘마초’ 이미지를 느끼지만, 실제 모습은 ‘반전’이었다. 세 번째 미니앨범 ‘배드 맨’ 발표를 앞두고 최근 스포츠동아를 찾은 B.A.P는 수줍고 겸손했다. 화려한 화술보다는 해맑은 미소로 말하는 아이돌이었다. 그러나 미소와 짧은 대답에 담긴 메시지는 강렬했다.
B.A.P는 평소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동경(‘워리어’), 돈과 권력을 좇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일갈(‘파워’), 기회를 잡지 못할 만큼 준비 안 된 청년들의 안타까운 태도(‘원샷’)를 노래에 담았다. 이들의 최신곡 ‘배드 맨’ 역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노래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와 마초 같은 외모는, 여성 팬덤이 중요한 남성 아이돌에겐 자칫 반감을 줄 요소다. 그러나 B.A.P는 단호하다.
“우리는 음악마다 하고 싶은 말을 담는다. (인기를 위한 이미지 관리보다는)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고, 우리 스타일대로 한다. 이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순박한 이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남자답고 거친 외모를 가꾸는 것도, “강렬한 외모로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B.A.P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도 신비감을 주려는,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말주변이 없어 즐거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에만 집중한다.
덕분에 B.A.P의 음악은 데뷔 1년여 만에 세계를 사로잡았다. 작년 연말부터 4월까지 열린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의 크고 작은 음악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첫 해외 콘서트는 미국이었다. 5월부터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뉴욕 등 4개 도시를 돌며 1만 명을 만났다. 교포들이나 아시아인보다는 관객 대부분은 백인과 흑인들이었다. 올해 8월 초까지 대만 일본 홍콩 싱가포르를 돌며 ‘퍼시픽투어’를 끝냈다. 10월엔 일본에서 데뷔 싱글을 내고 아레나 투어를 벌인다. 데뷔 2년도 안 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작년 3000석 규모의 쇼케이스로 데뷔 신고식을 하고, 데뷔 1년 만에 8000석 규모의 첫 콘서트를 벌인 후, 1년 5개월 만에 해외투어에 나서는 등 ‘LTE급 성장’의 비결도 이들은 “음악”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내세울 건 음악밖에 없다. 세계인들이 우리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이해해주신 것이고, 우리가 음악을 만들었으니 잘 아는 만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콘서트에 치중하고 라이브로 승부하는 B.A.P를 두고 가요계에선 ‘아티스트형 아이돌’이라 평한다. 실제 이들은 데뷔 음반부터 직접 기획과 작곡에 참여했고, 최신작 ‘배드 맨’은 리더 방용국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평소 연습벌레로 불리는 이들은 휴식 시간이 주어져도 개인적 시간을 보내기보다 춤과 노래 연습을 하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악기 레슨을 받는다. 숙소엔 방이 3개지만 멤버들은 한 방에서 잠을 자며 격의 없는 대화로 통해 팀워크를 다진다. 매일 연습과 대화를 통해 얻어지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우리의 메시지로 1명이라도 좋은 영향을 받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