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CJ 100억 투자 ‘감기’ 배급 포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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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4일 07시 00분


사진제공|아이러브시네마
사진제공|아이러브시네마
할 말은 해야겠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팩트’(사실)를 중심에 놓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사를 써야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기자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연예계 안과 밖,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픈칼럼’을 시작한다. ‘기자, 너만의 생각’이라고 질타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기자라는 사람이 그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아요?”

며칠 전, 몇 편의 상업영화를 만든 한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간단한 안부 인사는 형식이었다. 곧장 질문이 ‘돌직구’처럼 날아왔다.

“이유가 뭐래요?”

그가 묻는 ‘이유’란, 영화 ‘감기’와 이에 투자했지만 배급을 돌연 포기한 CJ엔터테인먼트(CJ)에 얽힌 ‘앞뒤 사정’이었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또 다른 질문이 던져졌다.

“제작비가 자그만치 100억 원이에요. 그걸 포기한 게 이해가 돼요?”

장혁과 수애가 주연한 ‘감기’는 개봉을 불과 열흘 앞두고 배급사가 바뀌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관련해 충무로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제작비의 대부분을 책임진 CJ가 물러나고 제작사인 아이러브시네마가 배급을 맡았다. ‘공식적인’ 이유는 “CJ의 또 다른 영화 ‘설국열차’와 상영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중복을 피해 서로 흥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설국열차’와의 상영 중복은 이미 두 달 전 확정된 일. 설명 치곤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수익 논리를 우선해 온 대기업 배급사가 100억 원 규모의 영화를 포기한 것도 의문을 남긴다.

CJ는 국내 최대 극장체인 CGV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CJ의 영화는 CGV스크린 확보에 유리하다’는 의심어린 시선을 자주 받아왔다. ‘스크린 독과점’ 지적이 나올 때마다 CGV도, CJ도 ‘시장 논리에 맡길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영화계 전체에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에게 강조하는 건 ‘상생’이다. 기업의 ‘독과점’과 정부의 ‘상생’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CJ그룹은 현재 여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역학관계’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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