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슈퍼스타K’의 다섯 번째 시즌 방송이 9일 시작됐다. 이런 오디션 프로를 보면 지역예선부터 통기타를 둘러메고 자신이 지은 곡을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를 찾기가 쉬워졌다. ‘슈퍼스타K’ 출신 버스커버스커는 지난해 자작곡으로 최고의 흥행과 평단의 찬사를 얻었고, 로이킴은 최근 데뷔 곡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유명 가요 작곡가는 “요즘 오디션 출신 가수의 데뷔 음반을 작업하다 보면 작사·작곡에 참여하지 않고도 프로듀서나 작곡자에 본인의 이름을 공동으로 올려달라는 부탁을 종종 해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란 타이틀은 이제 음악적 분류를 넘어 가요 마케팅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엠넷 ‘슈퍼스타K’,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본선에 오른 이들 중 작사나 작곡에 한 곡이라도 참여한 이는 서인국, 조문근, 허각, 존박, 장재인, 김지수, 김보경, 이정아, 울랄라세션, 헤이즈, 버스커버스커, 계범주, 딕펑스, 로이킴, 유승우, 홍대광, 셰인, 조형우, 악동뮤지션 등 19팀이다.
이들 중 5곡 이상에 참여했고 앨범이나 EP, 싱글의 타이틀곡을 쓴 경험이 있는 김지수, 딕펑스, 로이킴, 버스커버스커, 악동뮤지션, 울랄라세션, 장재인의 창작력을 평가했다. 평가에는 대중음악평론가 2명(서정민갑, 최규성)과 작곡가 3명(돈스파이크, 신사동호랭이, 전해성)이 참가했고, 평가 항목은 작사 능력, 작곡 능력, 독창성(창의력), 발전 가능성 4가지다. 항목당 점수는 10점 만점.
4가지 항목의 평가점수를 합산한 결과 이들 7개 팀의 창작력은 버스커버스커-악동뮤지션-장재인-로이킴-울랄라세션-딕펑스-김지수 순으로 집계됐다.
‘벚꽃 엔딩’ ‘여수 밤바다’의 버스커버스커는 작사와 작곡 능력, 발전 가능성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모든 항목에서 1, 2위를 다툰 악동뮤지션은 독창성 면에서 최고점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버스커버스커의 강점으로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와 간명하지만 개성 있는 표현력을 꼽았다. 악동뮤지션은 통통 튀는 창작력이 주목받았다. 로이킴은 표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작곡 능력과 발전 가능성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작곡가 돈스파이크는 “악동뮤지션은 팀 컬러가 굉장히 독특한 것이 강점이지만 오히려 그 탓에 화제성이 지나가면 마니아만 남을 수도 있다”면서 “로이킴은 표절 논란을 차치한다면 자신의 상품 가치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스타일에 도전해볼 만한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오디션 프로 출신 싱어송라이터가 앞으로 더 늘 것으로 전망하면서 스타성에 도취되거나 상업성에 천착하지 않고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규성 평론가는 “스스로 창작을 할 줄 아는 가수가 더 오래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오디션 출신은 기본적인 가창력을 담보하고 있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제작사의 음악적 간섭이 많아지면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낼 여지가 약해져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사동호랭이는 “오디션 출신은 큰 무대에 너무 빨리 선 게 단점이 될 수 있다”면서 “본인은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음에도 오디션 당시 주목받았던 특정 스타일을 안전장치처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설익은 상태에서 서둘러 창작을 시작한 가수도 많은데, 차근차근 음악적 내공을 쌓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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