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투 마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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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아들을 탐한 두 어머니… 씁쓸한 뒷맛

영화를 보다 딴죽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로빈 라이트(왼쪽)나 나오미 와츠처럼 ‘꿀리지’ 않는 몸매의 40, 50대 여성이 얼마나 될까? 더블앤조이픽쳐스 제공
영화를 보다 딴죽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로빈 라이트(왼쪽)나 나오미 와츠처럼 ‘꿀리지’ 않는 몸매의 40, 50대 여성이 얼마나 될까? 더블앤조이픽쳐스 제공
제목처럼 두 명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이 영화 속 어머니들은 다소 독특하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스무 살 이상 연하인 서로의 아들과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릴(나오미 와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릴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뒤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더불어 릴의 아들인 이안(제이비어 새뮤얼)과 로즈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시빌)도 두 명의 어머니들과 함께 어울리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안이 로즈에게 숨겨 왔던 진심을 고백하고, 로즈는 이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잠자리를 갖는다. 친구와 어머니의 관계를 목격한 톰도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릴을 찾아간다. “갓난아기 때부터 봐 왔는데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릴도 결국 톰을 받아들인다.

‘서로의 아들을 탐한 두 어머니’라는 파격적인 설정에 비하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적이고 담담하다. 여성 작가의 원작(도리스 레싱의 단편 ‘그랜드 마더스’)에 여성 감독(앤 폰테인)이 연출한 덕분인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 부분은 탁월하다. 어머니이자 여성으로서 금지된 사랑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나오미 와츠와 로빈 라이트의 원숙한 연기를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엄밀히 보면 이 작품은 ‘롤리타 콤플렉스’를 뒤집은 영화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꾸면 아들의 애인을 사랑한 남자를 그린 영화 ‘데미지’도 연상된다. 두 여성이 한 몸처럼 지낸다는 점에서 동성애 영화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뒷맛이 씁쓸한 게 사실이다. 두 여성의 시각으로만 영화를 이끌다 보니 두 아들의 시각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게 남성이든 여성이든 특정 성(性) 편향적인 작품은 어쨌든 불편하다. 18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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