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주인공 한지혜는 혼자서 쌍둥이 자매를 연기한다. 가난한 집으로 입양된 털털한 동생 정몽희와 미국 부잣집에서 안하무인으로 자란 언니 유나다. 자매는 같은 화면에서 마주 보고 대화하거나 나란히 걷는다. 1인 2역 장면은 어떻게 찍을까.
제작진은 일기예보에 쓰이는 크로마키 기법을 활용한다. 배경과 인물(피사체)을 컴퓨터로 합성하는 간단한 원리다. 기상캐스터가 ‘크로마 백’이라는 파란색 배경 앞에 서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파란색 배경을 지우고 대신 지도 그림을 깔아 놓는 식이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먼저 몽희로 분장한 한지혜가 연기하는 장면을 찍는다. 뒷모습만 출연하는 유나 대역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앞에 유나가 있다고 가정하고 ‘유령’과 연기할 때가 많다. 대본의 대화 순서와 관계없이 몽희 분량의 대사를 한 번에 몰아서 찍는다.
몽희 차례가 끝나면 한지혜는 유나로 분장한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몽희와 달리 유나는 짙은 아이라인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화려한 옷을 입는다. 처음엔 분장에만 2시간이 걸렸는데, 요령이 생겨 30분으로 줄었다고. 유나는 크로마 백을 뒤에 놓고 촬영한다. 유나 역시 앞에 몽희가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한다.
몽희와 유나를 따로 촬영한 장면은 특수영상제작실에서 합쳐진다. 크로마 백을 대고 찍은 유나 영상에서 파란색 배경을 지우면 피사체인 유나 혼자만 남는데, 이를 앞서 찍었던 몽희 분량에 합성한다. 일기예보로 치면 유나가 기상캐스터, 몽희와 그 배경은 지도 그림이 되는 셈이다. 한 장소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6시간 가까이 밝기와 포커스 등을 보정하는 작업을 한다.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복잡하다. 몽희와 유나 모두 크로마 백을 대지 않은 장면과 대고 찍은 장면, 대역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 등 3종류의 촬영을 한다. 한 장소에 등장하는 몽희와 유나 분량을 다 찍을 때까지 모든 소품을 움직임 없이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카메라 앵글이나 조도 또한 동일한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박은석 MBC 특수영상제작실 차장은 “촬영이 까다로워 밤새 겨우 3개 장면을 찍은 적도 있다. 일반 촬영이면 30개 장면도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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