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체험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늘면서 출연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훈련을 받는 도중 부상을 입는 것은 예삿일이고 체력적 한계로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에 대한 가학적 요구를 자발적 도전정신으로 포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방송을 시작한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는 가학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5명의 출연자는 자신이 선택한 3∼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다. 이들은 2개월간 개인 훈련을 받지만 고소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해 녹화 당일 다이빙대에서 울면서 뛰어내리는 연예인도 있다.
출연자의 부상 문제도 심각하다. 첫 회 방송에는 탤런트 클라라가 연습하다 허리가 뒤로 꺾인 채 입수해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탤런트 이훈은 눈에 피멍이 들었고 가수 아이비와 탤런트 임호는 온몸에 멍이 생겼다.
‘…스플래시’의 신정수 PD는 “가학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다쳐서 우는 연예인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볼 때마다 사고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프로그램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
6일 시작하는 SBS 파일럿 예능 ‘심장이 뛴다’도 소방관 리얼 체험을 콘셉트로 내세운 ‘독한 예능’이다. 출연자들은 체감온도 50도의 환경에서 10kg이 넘는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훈련을 받았다. S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출연진 전원이 훈련 도중 탈진했고 배우 조동혁은 제작진이 숨어서 관찰하는 촬영환경에 격렬히 항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홍보’했다.
이 밖에 리얼 군대 체험을 내세운 MBC ‘진짜 사나이’와 해외 오지에서 생존을 목표로 하는 SBS ‘정글의 법칙’도 출연자들의 잦은 부상과 안전사고로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받아 왔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방송통신팀장은 “연예인이 다치는 것이 리얼한 예능으로 포장돼 홍보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사전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더라도 촬영 중 누군가가 다친다면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다. 계속된 안전사고에도 제작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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