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예능 MC 자리를 줄줄이 꿰찼다. 전성기 땐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19금 개그’도 마다않는 입담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달 19일 SBS ‘힐링캠프’에 새로 투입된 성유리(32)는 ‘돌직구’의 화신이다. 15년 전 걸그룹 ‘핑클’ 때의 요정처럼 예쁘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그는 첫 방송에서 “요즘 인기가 주춤했는데, 이걸로 빵 떠서 광고 찍고 싶다”고 했다.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핑클 때 옥주현이 맡은 고음 파트는 안 올라가서 못 불렀다.” “요즘 대세인 미쓰에이 수지가 거슬린다. 최대 라이벌이다.”
아줌마 여배우들의 입담은 더 걸걸하다. tvN ‘현장토크쇼 택시’를 진행하는 홍은희(33)는 결혼 10년차 주부의 솔직한 수다가 무기다. 솔직함이 지나쳐 ‘19금’으로 흘러갈 때도 있다. 축구선수 정조국과 결혼한 탤런트 김성은에게 “평소 축구선수에 대한 환상이 있다. 하체가 좋지 않으냐”고 물어 게스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발언의 수위로 따지면 SBS ‘화신’의 김희선(36)이 최고다. 그는 산후우울증을 겪은 경험을 얘기하는 탤런트 오윤아에게 “나는 아기 낳은 후 우울증이 없었다. 모유 수유하니까 가슴이 더 커져서 좋았다”고 했다. 심지어 “속궁합이 안 맞아도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빅뱅의 지드래곤과 대성을 얼어붙게 만든 적도 있다.
여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홍은희가 ‘…택시’에서 “남편(배우 유준상) 체력 관리를 위해 물개즙을 먹인다”며 ‘고급 정보’를 흘리자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물개즙 구매 방법과 효능을 묻는 글이 줄을 이었다. ‘화신’에서는 남자 출연자가 “아내들은 밥과 국을 제대로 퍼 놓지도 않고 밥 먹으라고 부른다”고 타박한 적이 있다. 김희선은 “여자들이 무슨 종이냐”며 그를 혼냈고, 이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김희선을 옹호하는 주부들의 글이 쇄도했다.
‘…택시’의 박성재 PD는 “30대 여배우는 남자들이 생각 못 할 다양한 대화 주제를 제시해 주 시청자인 3050 여성들의 공감을 산다”며 “그동안 예능에서 봐 왔던 개그우먼 MC보다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것도 강점이다”라고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