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102번째 영화는 살아낸 세월”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부산영화제에서 의미 있는 발언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임권택 박중훈 강우석 궈푸청. 사진｜태흥영화·동아닷컴DB·시네마서비스·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배우·감독들 말말말

박중훈 “하정우 영화엔 그의 재능 살아있어”
하정우 “존경하던 박중훈 선배와 데뷔 영광”

영화와 바다가 함께 하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 4일째를 지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첫 번째 주말을 보낸 영화제는 배우들의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 해운대 주변에서 밤마다 열린 각종 파티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배우와 감독들이 꺼낸 말에선 영화를 향한 이들의 마음도 엿보였다.

● 임권택 감독 “102번째 영화를 한다는 건 살아낸 세월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 같다.”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 임권택 감독은 영화인과 관객들에게 뜨거운 헌사를 받았다. 100여 편의 영화를 만들고도 창작 열정을 멈출 줄 모르는 그는 영화제에서 신작 ‘화장’ 제작보고회를 갖고 또 다른 출발을 알렸다.

‘화장’은 중년 남자의 내면을 들여다본 이야기. 임 감독은 “어떤 빛깔의 영화가 찍힐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며 “영화를 끝내야, 그제야 뭘 하려는 지 알 수 있다”는 말로 새로운 작업에 기대를 드러냈다.

● 배우 박중훈 “하정우가 일부러 내 앞에 왔다 갔다 하면 좋겠다.”

동시에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박중훈과 하정우가 처음 마주친 지역은 부산이었다. 영화 팬이 가장 많이 몰린 5일, 둘은 각각의 연출작 ‘톱스타’와 ‘롤러코스터’를 들고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오픈토크에 나섰다. 팬들의 호기심 어린 환호가 쏟아졌다.

박중훈은 “하정우의 영화에는 그의 재능이 살아있을 것 같다”며 “하정우가 일부러 내 앞에 왔다 갔다 하면 좋겠다”며 ‘하대세’의 후광효과를 기대했다.

하정우도 가는 곳마다 박중훈과 비교되며 경쟁의 시선을 받았지만 흔쾌히 웃어넘겼다. 그는 “어릴 때부터 존경해온 선배와 함께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어 영광이고 든든하다”고 반겼다.

● 배우 궈푸청 “한국영화는 신인감독과 배우 발굴에 성공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홍콩배우 궈푸청(곽부성)은 한국영화와의 작업을 꿈꿨다. 4일 만난 그는 “한국영화 결집력은 대단하다”며 “좋은 배우와 시나리오가 풍부하다”고 평했다. 지난해 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에 이어 올해 ‘침묵의 목격자’로 부산에 다시 온 그는 “10년 동안 한국영화의 발전 속도는 빨랐다”며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궈푸청이 이 말을 꺼낸 날에는 때마침 ‘한국영화의 2년 연속 1억 관객 돌파’ 대기록까지 탄생했다.

● 강우석 감독 “‘시선’의 배급은 내가 책임진다”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곳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다. 강우석 감독은 18년 만에 새 영화 ‘시선’을 연출하고 부산을 찾은 이장호 감독에게 “배급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시선’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4일 공식 상영됐다. 후배 봉준호 감독과 ‘시선’을 함께 본 그는 “강렬한 충격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감격해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