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장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다. 형식에 변화를 주기 쉽고 신인 유입이 쉬운 ‘열린’ 포맷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뿜 엔터테인먼트’. KBS 제공
2011년 첫선을 보인 MBC ‘나는 가수다’는 방송 초기 엄청난 화제몰이를 했다. 하지만 이듬해 방영된 시즌2는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폐지됐다. 반면 ‘나가수 짝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KBS ‘불후의 명곡’은 지금도 방송되고 있다.
오래가는 예능은 따로 있다. 예능은 특히 유행에 민감한 분야이지만 수십 년간 장수하는 프로도 나온다. 현재 방영되는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주요 시간대(평일 밤, 주말 저녁 시간대) 예능 가운데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기를 얻을 프로는 무엇일까.
지상파 3사와 대형 예능 프로 제작사 관계자, 대중문화평론가 10인에게 ‘5년 뒤에도 방영될 프로그램’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얻을 프로그램’을 물었다. 복수 응답은 가능하지만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응답자가 관여하는 프로에는 표를 주지 못하도록 했다.
설문 결과 두 항목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한 프로는 KBS ‘개그콘서트’였다. 1999년 시작된 ‘개콘’은 주요 시간대에 방영되는 예능 가운데 최고의 장수 프로다. ‘개콘’은 KBS 관계자를 제외한 총 9명의 응답자 중 8명에게 5년 뒤에도 살아남을 예능 프로로 꼽혔다. 또 6명이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얻을 프로그램’으로 개콘을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방송사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는 데다 신인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열린 형식”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다른 프로와 달리 애초의 콘셉트가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프로가 아니어서 대중의 피로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개콘’의 뒤를 이어 지속 가능성이 높은 예능으로 MBC ‘무한도전(무도)’이 꼽혔다. 2006년 시작한 ‘무도’ 역시 장수 예능이다. 무도에 대해 응답자 중 7명이 ‘5년 뒤에도 방영될 프로그램’으로, 2명은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얻을 프로그램’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은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 도전하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요즘은 앞서 인기를 얻었던 형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영 평론가도 “팬덤은 무도의 힘이기도 하지만 멤버 교체가 불가능할 만큼 팬덤이 공고해진 것은 무도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면서 “모든 멤버가 중년에 접어드는 시점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5년 뒤에도 방영될 프로그램’으로 응답자들은 MBC ‘세바퀴’(4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4표) ‘스타주니어쇼 붕어빵’(3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3표)를 꼽았다. 그러나 현재 시청률이 높은 MBC ‘일밤-아빠! 어디가?’, SBS ‘정글의 법칙’은 각각 1표의 지지만 얻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1표도 얻지 못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시청자의 입맛이 변하는 상황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출연자나 형식을 바꾸기 쉬운 유연한 프로가 오래 가기 쉽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라 먹은 다음에는 뱀이 나와야 하듯, 처음부터 너무 화제가 되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데는 독이 된다”면서 “최근 리얼리티 프로의 경우 숫자도 넘치는 데다 장소 섭외와 상황 설정의 어려움 때문에 앞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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