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아나운서 “15년째 황족공동체 족장DJ… 아침 청취율 1위 굳건하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9일 03시 00분


KBS 라디오 ‘FM 대행진’ 진행 황정민 아나운서

황정민 아나운서는 올해로 아나운서 경력 20년이 됐다. 신입사원 시절 자주 지적받았던 ‘높은 톤’의 목소리는 이제 그만의 개성으로 사랑받는다. KBS 제공
황정민 아나운서는 올해로 아나운서 경력 20년이 됐다. 신입사원 시절 자주 지적받았던 ‘높은 톤’의 목소리는 이제 그만의 개성으로 사랑받는다. KBS 제공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 집회를 여는 부족이 있다. 1998년부터 15년째다. 출근길과 등굣길, 혹은 아침식사 후 설거지를 하면서 이들은 똑같은 라디오 채널에 귀를 기울인다. 때로 방송국에 시시콜콜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공동체임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름 하여 ‘황족(黃族)’, KBS 2FM ‘황정민의 FM 대행진’ 애청자들이다. 부족의 이름은 ‘족장’인 황정민 아나운서(42)의 성에서 따왔다.

“최근엔 ‘목소리는 하나도 안 늙었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싶더라고요. 하하.”

‘라’음의 경쾌한 목소리로 가벼운 농담을 툭툭 던지는 이 여자가 진행하는 ‘FM 대행진’이 12일 15주년을 맞는다. 소감을 묻자 “초 많이 꽂은 생일상 받는 어른들의 기분을 알 것 같다”면서 “감사하면서도 너무 오래된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머쓱하다”고 했다.

‘FM 대행진’은 KBS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청취율은 동시간대 1위, KBS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도 1위다. 라디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요즘도 청취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매일 1000개에서 많게는 5000개의 문자메시지가 온다.

“가끔 문자가 너무 안 오는 날 ‘오늘은 저 혼자 방송하고 있군요’ 하고 푸념하면 ‘누나가 너무 외로워하는 것 같아 바쁜데도 보내요’라면서 문자가 쏟아져요. 마치 엄마가 자식 걱정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그는 “15년간 방송을 진행하며 크고 작은 실수도 많았지만 청취자들과 가족 같은 관계가 되다 보니 이젠 실수를 하면 오히려 더 걱정해 준다”고 말했다. 과거 모유 수유에 대해 ‘아빠와 같이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을 때도 그를 지켜준 것은 청취자들의 한결같은 지지였다.

“‘모유 수유’ 논란은 제가 ‘모유 수유 홍보대사’를 하며 마무리 지었어요. 그때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모유 수유를 해서 언젠가는 내 진심을 보여주리라’라고 마음먹었죠. 실제로 두 아이 모두 1년 이상 모유 수유로 키웠어요.”

‘FM 대행진’에 고정 출연한 게스트 중에는 스타도 많다. 개그맨 유재석, 김준현, 송은이 등도 ‘FM 대행진’ 출신이다. 그는 “과거 유재석은 한 마리 메뚜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매일 이른 아침 생방송에 꾸준히 출연할 만큼 성실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 같다”고 평했다.

그 ‘성실함’은 황 아나운서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 둘을 낳고 출산휴가를 낸 것 외엔 15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 네 살, 여섯 살배기 아이들은 아침마다 라디오를 통해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만큼 자랐다.

“과거에는 ‘성실하다’는 칭찬이 너무 싫었어요. 개미보단 베짱이가 부러웠죠. 내가 별다른 재주가 없어서 이렇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그 꾸준함이 제 큰 자산이 된 느낌이에요. 방송에는 개미가 맞아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황정민 아나운서#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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