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 작가와 감독이 쓴 소설이 쏟아지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영상세대 독자 입맛에 딱… 잘되면 영화化 포석

최근 TV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작가 및 감독 출신 작가들의 소설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영상 문법을 내재해 영상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에 어필할 수 있고 드라마나 영화화를 통한 부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소설 ‘무임승차’ (푸른봄), ‘각하는 로맨티스트’(휴먼앤북스), ‘홍도’(다산책방),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문학동네). 해당 출판사 제공
최근 TV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작가 및 감독 출신 작가들의 소설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영상 문법을 내재해 영상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에 어필할 수 있고 드라마나 영화화를 통한 부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소설 ‘무임승차’ (푸른봄), ‘각하는 로맨티스트’(휴먼앤북스), ‘홍도’(다산책방),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문학동네). 해당 출판사 제공
《 지난달 출간된 장편소설 ‘무임승차’ (푸른봄)의 작가 서준호(필명 수오) 씨는 최근 한 영화사로부터 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사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악질 체납·탈세자를 추적하는 국세청 무한추적팀이 등장하는 수사극 형식의 소설. 서 씨는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 씨’ ‘내조의 여왕’ 기획과 제작을 담당했던 프로듀서이자 영화 ‘스파이’의 시나리오 각색자다. 》

최근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작가 또는 감독으로 활동한 이들이 소설을 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작가 이무영 씨는 생방송 도중 대통령 영부인의 이름을 잘못 말하는 바람에 곤경에 빠지는 방송국 앵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각하는 로맨티스트’(휴먼앤북스)를 냈다. 올해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홍도’(다산책방)도 단편영화 ‘영영’으로 1999년 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시나리오작가 김대현 씨의 작품이다, 영화 ‘형사 듀얼리스트’와 ‘M’의 시나리오작가 이해경 씨는 장편소설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문학동네)를 냈다. 영화 ‘플라이 대디’를 각색하고 감독한 최종현 감독도 사이코패스를 다룬 스릴러 소설 ‘모베상’(‘나쁜 피’라는 뜻의 프랑스어·시그널북스)을 펴냈다.

이런 소설의 잇따른 출간은 독자들이 서사 중심의 소설을 선호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 작업을 경험한 덕분에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힘이 강한 이들의 작품이 영상 문법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얘기다. 휴먼앤북스 대표인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심리 묘사 중심이거나 존재론적 탐구에 치중하는 작가들의 소설이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에겐 이야기 중심의 이들 소설이 더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영화 시나리오작가나 감독 출신의 소설이 영상 문법과 친화적이라는 점은 기성 소설가도 인정하는 경쟁력이다. 혼불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이병천 씨는 “홍도를 읽으면서 심사위원들끼리 ‘바로 영화화해도 좋을 작품’이라는 의견을 나눴는데 수상작으로 결정한 뒤 작가 이력을 확인해 보니 실제로 영화 시나리오작가 출신이었다”고 전했다.

이들 작가의 소설 상당수가 시나리오로 먼저 쓰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무임승차’나 ‘각하는 로맨티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런 소설은 원작 시나리오의 영상화를 지원사격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장혜원 도서출판 푸른봄 기획실장은 “방송사나 영화사 입장에서는 시나리오가 먼저 소설화되면 한 차례 출판사의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극화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얼마라도 낮아진다고 보는 측면도 있고, 소설이 독자에게 인기를 끌면 향후 시청자층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설을 작품화되지 못한 묵은 시나리오의 출구전략이나 작가들의 양다리 걸치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수년째 표류하는 시나리오를 쓴 작가들이 차마 이야기를 썩히지 못해 소설로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야기에만 주력하다 보니 문학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작가나 출판사로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작가, 감독 출신 작가의 소설 출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소설#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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