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본 사람들은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를 ‘복사 드라마’라고 부른다. 세부적인 에피소드나 설정이 원작인 ‘가정부 미타’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상한 가정부’가 2011년 일본 NTV에서 방영될 당시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라 불렸던 ‘가정부 미타’의 명성에 기대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복사 드라마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작 에피소드를 그대로 따르는 데는 국내 제작진의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 원작을 쓴 작가의 까다로운 요구조건 때문이다. 작가의 권리를 중시하는 일본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맺을 때 작가가 요구하는 사항을 계약서에 대부분 반영한다. 계약 전에 국내 제작진이 드라마 회별 시놉시스를 일본의 원작자에게 미리 보내 최종 확인을 받는 것이 보통이고, 원작자가 캐릭터의 성격 의상 표정연기 등 구체적인 조건까지 계약 사항에 명시하는 경우도 많다.
‘수상한 가정부’의 경우 작가는 주인공 캐릭터인 박복녀(최지우)가 로봇 같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어떤 명령이든 수행해 내는 미타의 설정과 반드시 똑같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매 회 대본을 일본어로 번역해 보내면 작가가 확인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일본의 원작자가 별다른 요구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던 KBS ‘직장의 신’이나 MBC ‘여왕의 교실’과 달리 ‘수상한 가정부’가 복사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일본 드라마 한 편의 분량은 한국 드라마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원작 에피소드를 그대로 둬야 새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한국 미니시리즈의 경우 16∼20회 편성에 회당 70분 분량인 반면 일본 드라마는 10회 안팎의 편성에 회당 방송 시간도 40∼50분으로 짧다. 드라마의 총 길이로 따지면 ‘가정부 미타’는 440분(40분짜리 11부작)이고, ‘수상한 가정부’는 1400분(70분짜리 20부작)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제작진은 960분 분량의 새로운 내용을 제작해야 한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에피소드나 설정을 빼면 원작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더욱 줄어든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거나 비중이 낮은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도 드라마 분량을 늘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수상한 가정부’의 이상민 PD는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도 에피소드가 드라마 초반에 거의 다 끝난다. 후반에는 일본에서 방영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추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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