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감독 “서울시민이 진정 원했던 신청사 모습은 뭘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시티:홀’ 시사회 연 정재은 영화감독… 건축과정 106분에 담아 24일 개봉

정재은 감독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재은 감독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건축가 100인이 ‘최악의 한국 현대건축물’ 1위로 뽑은 서울시 신청사. 이 신청사의 건축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소재의 폭발성 때문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연출자가 고 정기용의 건축 철학을 다룬 다큐 ‘말하는 건축가’(2012년)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정재은 감독(44)이다.

하지만 15일 시사회에서 공개된 ‘말하는 건축, 시티:홀’(24일 개봉)은 서울시 신청사라는 뜨거운 감자를 식어버린 감자튀김으로 만들어놓았다. 3000억 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가 버거웠던지 설계와 시공, 감리, 그리고 발주처인 서울시 공무원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사이에서 두리번거리다 할 말도 못하고 끝나버린 느낌이다.

“사람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비리를 폭로하고 시청사를 질타하는 고발 다큐를 기대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이들을 균형 있게 다루고 편견 없이 상황을 보기를 원했습니다.”

정 감독에겐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완공되기 전부터도 말이 많았던 건물의 촬영에 관계자들이 흔쾌히 응했을 리 없다. 그는 서울시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사전 시사’를 거쳐 이들이 원치 않는 장면을 삭제하고 영화를 완성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엔 ‘악역’이 안 나온다. “결국 예산과 시간의 압박이 악역이었다고 봅니다. 좋은 건축물을 갖기 위한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신청사의 콘셉트 설계 초청 공모전에서 떨어진 나머지 3개 작품을 소개하는 장면이다. 지금의 디자인이 싫다면 어떤 대안이 있었는지, 과연 우리는 어떤 시청 건물을 원했던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신청사의 개청식. 유걸 아이아크 공동대표가 식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려 하자 시청 공무원이 “여긴 귀빈석”이라며 말린다. 유 대표는 “내가 설계자요”라고 해보지만 결국 의자를 얻지 못하고 초라한 멍석에 앉는다. 건축가를 이렇게 대접하는 우리가 “건물 디자인이 왜 이 모양이냐”고 손가락질할 권리가 있는 걸까.

정 감독은 1년간 400시간을 찍어 106분을 추려내 영화를 만들었다. 나머지 분량을 살려 인터뷰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말하는 건축주’를 마저 제작해 건축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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