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많이 봐야 하는 직업이지만 애를 재우고 TV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오후 10시대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인터넷TV(IPTV)를 애용한다. 볼륨은 최소한으로 낮추고 1.2배 가속 기능을 설정해 도둑질하듯 보곤 한다.
드라마를 1.2배 속도로, 작은 소리로 시청하다 보면 시간 절약도 되면서 집중도(?)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배우의 발음과 발성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발음이 부정확하면 안 들려서 다시 돌려봐야 한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와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을 보면서 특히 그랬다. 짐작했겠지만 최지우와 권상우 얘기다.
과거 ‘실땅님’(실장님)이라 발음해 놀림을 받았던 최지우는 발음이 많이 좋아졌다. 문제는 발성이다. 자신감이 없는 탓인지 그가 연기하는 가정부 박복녀의 말소리가 영 들리질 않는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할 때마다 볼륨을 높였다가, 아역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다시 볼륨을 낮추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권상우도 마찬가지. 사실 권상우는 전작인 SBS ‘야왕’에서 분노하는 연기로 혀 콤플렉스를 극복한 듯했다. 그러나 ‘메디컬 탑팀’의 천재 의사 박태신 교수는 영 아니다. 실제 의사들 중에는 혀가 짧고 말을 느릿하게 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그러나 드라마는 다르다. 환자가 쓰러진 긴급한 상황에서 의학용어를 천천히 어색하게 발음하는(예를 들면 멜라스를 ‘멜라th으’로 발음하는) 의사를 마주하면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된다.
데뷔 때부터 숱하게 지적받아온 두 배우의 결점을 또 한 번 ‘식상하게’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배우를 캐스팅한 제작진은 비판받아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줄 모르는 배우의 안목도 아쉽긴 하지만.(불편하게 TV 앞에 쪼그리고 앉아 초집중해서 드라마를 봐야 하는 시청자에겐 더욱 그렇다!)
신기하게도 볼륨을 낮추고 1.2배 속도로 볼 때 더 빛나는 드라마도 있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은 대사가 많아서 빨리 보면 이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기획사에서 체계적 트레이닝을 받은 젊은 배우들의 발음은 비교적 정확하게 들렸다. 김은숙 작가 대사 특유의 리듬감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KBS 수목드라마 ‘비밀’은 심지어 정속도보다 1.2배가 낫다. 주인공 조민혁(지성)의 감정 발산이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작은 소리로 빨리 돌려 보니 좀 더 편안하다고 할까. 물론 이건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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