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남미 음악 걷고 이번엔 유럽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7시 00분


2년만에 6집 ‘꽃은 말이 없다’ 낸 루시드 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 연애와 결혼관도 초식동물의 것일까. 장가 아직 안 갔잖아? “가야죠. 근데 어느새 결혼 안 하고 싶은 사람이 된 것도 같아요. 아직 (김)동률이도 있고…. (이)상순이, 이 자식은 갔지만. 하핫.” 안테나뮤직 제공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 연애와 결혼관도 초식동물의 것일까. 장가 아직 안 갔잖아? “가야죠. 근데 어느새 결혼 안 하고 싶은 사람이 된 것도 같아요. 아직 (김)동률이도 있고…. (이)상순이, 이 자식은 갔지만. 하핫.” 안테나뮤직 제공
‘오, 사랑’(2005년) ‘사람이었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2007년) ‘고등어’(2009년) ‘어부가’(2011년)….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38·이하 폴)의 전생은 초식동물일 것 같다. 통기타가 이끄는 단아한 악곡에 시 같은 노랫말을 얹어 속삭이듯 읊조리는 그의 민들레 씨앗 같은 노래가 세상을 돌고 돌아도 누구의 털끝 하나 해칠 것 같지 않다. 그가 5집 ‘아름다운 날들’ 이후 2년 만의 정규앨범인 6집 ‘꽃은 말이 없다’를 23일 낸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폴은 검은 뿔테 안경 사이로 선해 보이는 눈을 작게 뜨며 웃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대학원 생명공학 박사로 2007년 스위스화학회 고분자과학부문 최우수논문발표상을 받기도 한 그는 2009년 4집부터 전업 뮤지션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세 번째 앨범이다. 6집은 6∼8월 서울 삼청동 집을 둘러싼 동식물의 움직임을 관조하며 만든 10곡의 노래로 구성됐다.

폴은 17일 일본에서 처음 음반을 냈다. 전에 발표한 한국어 곡 15개에 일본어 해설을 단 앨범이다. 다음 달엔 6집도 일본에서 발매된다.

남미 음악의 영향을 늘 드러내왔던 그는 이번엔 유럽 음악의 수혈을 받았다고 했다. “브라질 음악이 좀 지겹기도 했고, 공부하다 보니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1927∼1994)도 보사노바를 만들 때 유럽의 인상주의 음악, 프랑스의 샹송, 집시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삼바보다 더 단조롭고 편안한 느낌을 내는 게 좋았어요.”

이번 앨범에서 폴은 난생 처음 ‘기타 실험실’로 깊이 들어갔다. 그동안 폴 음악의 뼈대는 일반적인 나일론 기타(클래식 기타)와 스틸 기타(통기타)였다. 이번엔 특이한 기타를 대거 도입했다. 7번 곡 ‘연두’가 대표적이다. 세 대의 색다른 기타 소리가 갈마든다. 울림통 구멍이 ‘D’자로 뚫린 매커페리 기타 두 대, 달걀 모양으로 뚫린 파비노 기타 한 대. 영국의 기타 제조업자와 e메일로 묻고 답하며 구입한 기타를 두께가 6∼7mm로 매우 두꺼운 수제 픽(pick)으로 연주했다. ‘검은 개’ ‘나비’ ‘늙은 금잔화에게’ ‘꽃은 말이 없다’는 기타를 변칙 조율해 연주했다. ‘강’과 ‘바람 같은 노래를’은 국내 유일의 류트 제조자를 찾아 맞춤 제작한 8현 기타로 연주했다.

노랫말은 지난해 3월 이사한 서울 삼청동의 작은 한옥에서 빚었다. “‘늙은 금잔화에게’는 마당에 심었던 금잔화에서 나왔죠. 봄에 화사하던 금잔화가 여름이 지나니 시들고 병충해에 시달리다 한 그루씩 죽어갔어요. 그들의 한 생을 보고 썼어요.” ‘강’ ‘나비’ ‘서울의 새’ 같은 노래들이 거기서 줄줄이 태어났다.

폴은 2008년 가사집 ‘물고기 마음’, 2009년 시인 마종기와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을 냈고 올해 초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내 작가로 본격 데뷔했다. 다음 달에는 첫 번역서도 낸다. 브라질의 유명 음악인이자 작가인 시쿠 부아르키의 소설 ‘부다페스트’다. 포르투갈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다. 브라질 음악의 광팬이었을 뿐. 음악이 좋아 들리는 대로 따라 부르다 가사 뜻을 알고 싶어져 독학했단다. “스위스 유학 시절에 등하교하는 전철, 버스 안에서 포르투갈어 교재를 들여다보면서 공부했죠.”

폴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 ‘루시드 폴 음악은 다 비슷하고 졸리다’며 손사래 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폴은 “예전엔 (제 음악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이번엔 듣는 사람이 몰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아니,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놓고…. 또 풀꽃 이야기다. “제비꽃은 가장 흔한 꽃 중에 하난데, 종류는 수백 가지래요. 어떤 사람한테는 그냥 제비꽃이지만 그 꽃의 매력, 피는 시기, 느낌이 종류마다 다르단 걸 알게 된 사람에겐, 그건 (서로) 너무 다른 세계인 거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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