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상속자들’에는 강민혁(씨엔블루) 크리스탈(에프엑스) 박형식(제국의 아이들)이 나온다. KBS ‘미래의 선택’에는 정용화(씨엔블루), MBC ‘메디컬 탑팀’엔 민호(샤이니), tvN ‘빠스껫 볼’에는 예은(원더걸스)이 출연한다. 다음 달 시작하는 tvN ‘식샤를 합시다’에는 윤두준(비스트)이 나온다.
아이돌은 연습생 때부터 연기수업을 하지만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바로 ‘발연기’라는 비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연기돌’로 변신하면서 정면승부, 우회돌파, 히트앤드런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한다.
가장 오래된 전략은 ‘내가 제일 잘나가’형으로, 시작부터 지상파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차는 경우다. 이는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어서 드라마가 성공하면 ‘연기돌’ 이미지를 굳힐 수 있지만, 실패하면 “모든 게 아이돌 탓”이라는 독박을 쓴다.
미쓰에이 수지(KBS ‘드림하이’)와 JYJ 박유천(KBS ‘성균관 스캔들’)은 처음부터 주연을 맡아 성공한 사례다. 첫 작품에서 시청률 10%대를 기록한 이들은 영화 ‘건축학개론’과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도 각각 주연을 맡았다. 반면 에프엑스 설리(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와 동방신기 유노윤호(MBC ‘맨땅에 헤딩’)는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투자한 드라마에 주연으로 나왔다가 3∼5%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이미지를 깎아 먹었다.
또 다른 전략은 케이블 드라마(케드)의 주연 자리를 공략했다가 예상외로 크게 성공한 ‘케드 대박’형이다. 케드는 마니아층이 있고 트렌디한 청춘물을 다루기 때문에 아이돌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 전체 분량의 절반 정도는 사전 제작하기 때문에 스케줄 조정도 쉽다. 에이핑크 정은지(tvN ‘응답하라 1997’)와 비스트 용준형(tvN ‘몬스타’)이 이에 속한다.
단막극에 짧게 출연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치고 빠지기’ 전략도 있다. 소희(원더걸스) 니엘(틴탑) 박형식(제국의 아이들)이 데뷔작으로 KBS 드라마스페셜을 택했다. 9월에는 보아가 2부작 드라마 KBS ‘연애를 부탁해’에서 연기자로 눈도장을 찍었고, 소녀시대 서현은 최근 SBS ‘열애’에서 방영 5회 만에 하차하는 단역으로 나왔다.
이 밖에 단역이나 조연을 맡아 차근차근 이름을 알리는 ‘가랑비’ 전략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멤버 4명 모두 조연으로 연기를 시작해 연기자로 입지를 다진 밴드 씨엔블루가 대표적이다. 위험 부담이 적고, 배역만 잘 고르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아이돌에게 연기 지도를 하는 안혁모 IHQ연기아카데미 원장은 “예전엔 소속사나 가수 모두 ‘주인공 아니면 안 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역할이 작아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선호한다”며 “연기파 배우가 주연을 맡고 아이돌이 조연으로 들어가면 적당히 주목받으면서도 연기력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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