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 말 한번 잘한다. 배우 유아인(27)을 인터뷰할 때 했던 녹취를 풀어보니 쓸데없는 말이 없었다. 작품에 대한 신념과 자신감이 목소리와 똑 부러진 대답으로 드러났다. 얼마나 이 작품에 대해 애정을 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유아인은 영화 ‘깡철이’(감독 안권태)에서 치매에 걸린 엄마 순이(김해숙)를 아낌없이 보살피는 아들 강철 역으로 분했다. 그는 ‘깡철이’에서 20대 청년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모두 표현했다. 전봇대에 올라가 경찰을 출동시킨 엄마를 향해 노래를 불러주고 경찰서에서 실수로 소변을 지린 엄마의 자리를 닦으며 묵묵히 엄마를 돌보는 아들의 모습, 부산으로 여행 온 수지(정유미)에게 약간의 허세를 부리는 청년의 모습, 친구를 위해 엄마를 위해 위험한 일을 처리하는 남성의 모습까지 모두 스크린에 담았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죠.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것들을 생각했어요. ‘깡철이’같은 경우는 남자다움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28살 유아인이 생각하는 담백한 경상도 사나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자칫 신파로 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액션과 잘 어우러져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그는 “정서적으로 정말 공감한 부분은 사회적 약자들에 중심을 둔 이야기였다. 그 속에서 추구하는 변화가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고 새로운 재미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극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속 유아인이 표현한 부산사나이는 기존 부산사나이와는 달랐다. ‘부산사나이’하면 떠오르는 무뚝뚝함과 강한 성격도 있지만 담백함이 더해졌다고나 할까. 그는 “꼭 부산사나이라고 해서 목소리를 깔고 어깨에 힘줄 필요 없지 않나.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나 억양은 버리고 강직하고 진실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유아인은 부산사투리를 구사해야했다. 대구 출신이라 부산 사투리는 어렵지 않게 소화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억양이 달라 한참 고생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부산 영도”를 말하며 부산과 대구사투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기도 했다.
“사투리 신경을 많이 썼죠. 배우라면 연기를 하면서 한 번쯤 도전해보는 게 다른 지역의 언어니까요. 제가 원래 대구에서 자라서 부산 사투리를 쓰려니 억양이 달라서 애 좀 먹었어요.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서 더 힘들더라고요.”
김해숙과의 환상적인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촬영장에서도 김해숙을 “엄마”라고 불렀고 엄마 김해숙은 그런 아들 유아인에게 하트 100개를 문자로 찍어 보내는 사이였다고 했다.
“(김해숙)엄마는 좀 각별했던 것 같아요. 정과 사랑이 막 넘친다고나 할까? 문자에 하트와 이모티콘이 가득해요. 순이처럼 순수한 소녀 같은 면도 있으세요. 하하.”
극 속 엄마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들 유아인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그는 “어머니는 내게 각별하다. 다정다감한 아들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머니를 늘 생각하고 존경한다”고 했다.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이시죠. 어머니는 제게 늘 강직하고 정확하신 분이셨어요. 또 사려도 깊으셨고요. 제가 신념을 갖고 살아온 것은 다 어머니 덕분인 것 같아요. 아들자랑이요? 잘 안 하세요. 가끔 자랑 하신다는데…. 하하. 요즘은 외손자를 돌보시느라 정신이 없으세요.”
유아인은 작품 밖에서도 화제가 되는 인물이다. 영화 ‘완득이’에서 청춘의 순수함과 반항을 묵직하게 표현했던 그는 실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다. SNS에 올리는 그의 글들은 늘 온라인상에서 화두가 된다. 그의 소신 있는 발언은 늘 호불호가 갈렸다. ‘반항아’에 대한 이미지가 걱정되지는 않는지 물어봤다.
그는 “비교적 반항아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이를 먹으면 작품 장르는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 같다”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저는 작품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반항적이에요. 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은 의견을 갖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나이가 들어도 반항적일 것 같아요. 사회부조리와 악습과 맞서 싸우는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청년이고 싶고요”
유아인은 앞으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관객을 물론 자신에게도 말이다.
“배우는 스스로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발전이 없어요. ‘깡철이’에서 정유미(수지 역)랑 함께 있는 저를 보니 ‘내가 저런 얼굴이 있었네’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작품은 멜로를 찍어보고 싶어요. ‘청춘 아이콘’이라 불리는데 정작 반짝반짝한 멜로를 찍어본 적은 없는 것 같거든요. 멜로에 욕심 좀 내봐야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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