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명을 버리고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약 2년. ‘신비소녀 우리’는 배우 김윤혜(23)로 조금씩 바뀌어 갔다. “진짜 배우가 되겠다”던 소녀는 이젠 배우라는 타이틀이 제법 어울린다.
지난해 드라마 ‘선녀가 필요해’와 영화 ‘점쟁이들’로 이름을 알린 김윤혜는 올해 영화 ‘소녀’(감독 최진성)에서 당당히 주연을 꿰찼다.
“연기 경험이 부족한데 주연을 맡게 돼 깜짝 놀랐어요. 기뻤지만 부담도 컸죠.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소녀’는 서울에서 농촌 고등학교로 전학 온 윤수(김시후)가 해원(김윤혜)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느 로맨스처럼 달콤하진 않다.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담고 있는 ‘핏빛 로맨스’다.
“해원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라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여운이 남는 시나리오도 좋았고요. 연기는 쉽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뿌듯해요. 많은 것을 배웠고 벌써 해원이가 그립네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김윤혜가 가장 신경 쓴 건 눈빛 연기다. 얼굴과 눈빛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았다. 여고생의 외로움 분노 사랑 등을 보여주는 게 만만치 않았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상처가 많은 아이예요. 눈빛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야 했죠. 그게 가장 어렵고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신체적으로 힘든 장면도 있었다. 3개월 동안 매일 4, 5시간씩 연습해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대역 없이 스케이팅 신을 소화했다. 김윤혜의 노력으로 이 장면은 한 폭의 그림으로 탄생했다.
“처음에는 선생님 손에 이끌려 다녔어요. 발라당 넘어지면서 배웠죠. 하하! 스핀과 스파이럴도 배웠는데 어렵더라고요. 스파이럴을 하다 턱을 찧을 뻔했어요. 김연아 선수가 대단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어요.”
‘소녀’는 말 한마디가 사람의 인생을 한순간에 어떻게 짓밟아 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해원은 여러 소문에 큰 상처를 받는 왕따가 된다. 김윤혜는 해원이의 마음에 공감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지금은 많이 의연해졌지만 어렸을 때는 악성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사실 충격이 컸어요. 모르는 사람이 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게 속상했죠. 학교에서도 황당한 소문이 돌았어요. 교통사고를 당해 눈을 다친 적이 있는데 성형수술을 한 줄 알더라고요. 속상했지만 묵묵히 견뎠어요.”
첫 주연으로 충무로의 관심을 받았지만 김윤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인기보다 배우로서의 덕목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조급해하지 않으려고요. 하나씩 배우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지 않을까요. 지금은 김윤혜라는 신인 배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신뢰받는 배우, 하루하루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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