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하는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이 ‘영화는 영화다’(2008년) ‘풍산개’(2011년) ‘배우는 배우다’(2013년)에 이어 네 번째로 각본과 제작을 맡은 영화다. 영화는 ‘풍산개’처럼 남북 분단이 불러온 비극을 스크린에 투사한다.
시아버지(손병호)를 극진히 모시는 승혜(김유미)는 누가 봐도 살가운 며느리다. 남편 재홍(정우)과 딸 민지(박소영)까지 네 식구는 화목한 가족. 하지만 현관문이 닫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족은 리더 승혜가 이끄는 4인조 남파 간첩단이다. 승혜는 혁명 과업에 충실하지 못한 시아버지와 남편의 따귀를 때린다.
옆집에는 ‘콩가루 집안’인 창수 가족이 산다. 승혜가 보기에 돈 문제로 매일 싸우는 창수네는 자본주의 병폐의 상징이다. 우연한 기회에 두 가족은 가까워진다. 가짜 가족인 승혜 집안은 창수네와 서로 정을 느낀다. 간첩단 상부에서는 승혜가 마음 약해진 이유가 창수 가족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지령을 내린다. “창수 가족을 제거하시오.”
영화에는 ‘김기덕다움’이 여전하다. 캐릭터와 대사들은 비장하고 날이 서 있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간첩단은 매일 사람을 죽여야 하는 처지다. ‘섬’(2000년) ‘나쁜 남자’(2001) ‘빈집’(2004년) 등 특이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빚는 갈등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기덕답지’ 않은 점이 더 두드러진다. 반(半) 추상성의 모호한 이미지가 없다. 스토리는 명확하고 결론은 정돈돼 있다. 무엇보다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따뜻한 정서가 배어 있다. 가짜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짜 가족으로 진화하는 과정과 옆 집 가족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간첩단의 내면 갈등이 영화를 관통한다.
창수와 민지의 결합을 통해 남북의 화해를 상징하는 점도 그렇다. 가학과 피학의 날선 공방전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하던 김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없던 그림이다. 프랑스 유학파인 이주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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