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따라 실? 연예인 가족도 ‘연예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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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의 떠오르는 기대주는 연예인 가족이다. 연예인 자녀가 주말 주요 예능 프로를 장식하고 연예인 배우자와 부모, 시댁과 처가 식구까지 연예인 가족의 방송 출연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도 연예인 가족은 아침 주부 대상 토크쇼를 중심으로 드문드문 방송에 출연했지만 최근엔 주인공으로 부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성공 이후 KBS는 11월부터 연예인 아빠의 육아기를 그린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정규 편성했다. 연예인 부모와 자녀가 출연하는 집단 토크쇼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연예인 딸과 어머니가 등장하는 KBS ‘맘마미아’, 연예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출연하는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등 지상파와 케이블에는 연예인 가족 예능 프로가 10개가 넘는다. 연예인이 손자 손녀를 돌보는 프로까지 나왔다(SBS 파일럿 ‘오 마이 베이비’, TV조선 ‘오냐오냐’).

방송계 관계자들은 연예인 가족이 예능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를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방송 트렌드에서 찾는다. 연예인의 ‘진짜’ 가족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거리가 되는 데다 연예인이 가족과 함께 출연하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모습을 공개해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 ‘붕어빵’의 백정렬 CP는 “연예인과 가족이 함께 나오면 주목도가 높고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리얼하다”면서 “큰 틀은 기존 연예인에게 기대지만 일반인 가족이 주는 신선함으로도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가치가 부각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몫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박중민 CP는 “가족 해체가 심화되고 사는 게 팍팍하다고 느낄수록 역으로 방송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을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도 이를 반기는 기색이다. 가족과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대중적 호감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자녀 앞에서 절절매는, 그리고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은 연예인 부모의 모습은 친근함을 준다. ‘아빠! 어디가?’ 출연자들이 CF에서 종횡무진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연예인 가족은 이를 발판 삼아 연예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실제로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동현 군이나 박찬민 SBS 아나운서의 딸 민하 양도 ‘붕어빵’으로 인기를 끌면서 본격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연예인 2세에 대해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게 있기 때문에 남다르다. 인지도가 높은 것도 이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예인 자녀를 비롯한 가족이 방송을 통해 부각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아빠! 어디가?’ 속 연예인 자녀의 안티 카페가 문제되기도 했다. ‘이미지 권력의 세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중매체의 힘이 커지며 방송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는 것 자체가 힘이 되는 시대에 연예인 가족이 연예인 못지않은 지위를 쉽게 획득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수만 대 1의 경쟁을 뚫고 ‘서바이벌’을 한 뒤에도 방송 출연을 담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예인 가족이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겐 특권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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