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출연 제의 1년 만에 다시 러브콜 우연찮은 작품에서 큰 인기…난 정말 복 받은듯 나와 닮은 캐릭터…실제 모습을 살짝 얹는 것 뿐 극중 성나정 남편은 나도 궁금…혹시 나? 하하”
주말 인터넷에선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얘기로 가득하다. 드라마가 화제를 몰고 다니며 높은 인기를 누리는 동안 출연진도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해태 역의 연기자 손호준(29)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응답하라 1994’는 손호준이 지난해 12월 전역한 뒤 맞는 첫 작품. 총 20회 중 절반도 방송을 안 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조짐이 좋다. 정작 그는 “생활에 지장 없을 정도의 인기”라며 웃는다. 그래도 “신기하다”며 길에서 만난 아버지 또래 어르신이 ‘잘 보고 있다’며 건넨 바나나 우유를 잊지 못한다.
“우연히 만난 작품인데 당황스럽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연기 잘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해태와 제가 많이 닮아 제 모습을 꺼내 캐릭터에 살짝 얹는 것뿐이다.”
손호준은 ‘응답하라 1994’의 연출자인 신원호 PD가 찍어놓은 인물이다. 시즌1인 ‘응답하라 1997’의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정우와 마찬가지로 군 복무 중이어서 러브콜에 응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때까지 신 PD는 손호준이 경상도 출신인지 알았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에서 능수능란하게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 덕분이다.
사투리는 물론 배워서 익혔다. 이번에도 “순천말로 언어순화”하려고 고향에 다녀왔다. 전라도 광주 출신인 손호준은 고교 시절까지 고향에서 지내다 서울로 올라왔다. 첫 목표는 전통의 극단 목화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고교 2년 때 들어갔던 극단 진달래피네에서 한 달 동안 공연하고 받은 출연료는 “문화상품권 5장”이 전부였지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값졌다.
열정이 극에 달았을 때 손호준은 목화의 연출가 오태석이 꾸민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상으로 보게 됐다. 그때 결심했다.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충격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연극이 있다는 것에. 오태석 선생님 밑에서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방황하던 내게 정윤호(동방신기)가 방송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이를 계기로 손호준은 방송에 발을 들여놓았다. 남성그룹 타키온으로 가수 활동도 했다. 대만드라마에도 출연했으며 영화 ‘고사’ 시리즈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큰 사건·사고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냈고 군인이 됐다. 그렇게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자신의 옛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에서는 전혀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도 이성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극중 사랑보다 우정과 의리를 앞세우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는 실제로도 아직은 이성보다는 친구가 더 좋단다.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여자친구와 사귄 지 100일째 되는 날 친구가 불러서 나갔더니 여자친구가 선물로 이별을 줬다. 나 역시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 하하하!”
연기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에 현실 속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호준은 제 일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호기심 하나. 극중 ‘성나정(고아라)의 남편’이 과연 누구일까. 넌지시 물었지만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저도 궁금하다. ‘왜 이렇게 감춰둘까’ 생각할 때마다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혹시 내가 아닐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