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아이를 싫어했다. 휴대전화에 담긴 자기 아이 사진을 타인에게 끝없이 보여주는 걸 ‘폭력’이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만 보면 ‘예뻐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어른들의 말씀은 옳다. “너도 네 자식 낳아봐.”
맞다. 내 자식은 예뻤다. 이제 2년차인 초보 엄마 주제에 감히 자식 키우기에 대해 논한다면, 육아는 ‘빡센’ 연애와 닮았다.
사랑에 빠진 증상은 무척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그 혹은 그녀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일하면서 종종 그 사람의 소식이 궁금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애인이 없는 친구보단 애인이 있는 친구와 대화가 잘 통한다. 때로 남들에게 우리 애인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기도 한다. 둘이 함께한 흔적을 기록한 사진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도배한다. 대화를 할 때는 평소와 달리 어린애로 퇴보한 듯 ‘떼떼’거리는 말투로 이야길 나눈다.
다만, 이 연애는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다. 어린 애인은 매력적이지만 독선적이기도 하다. 자기만을 바라봐 주기 바라며, 원하는 것이 생기면 밤낮이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요구한다. 설득이나 타협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빡센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늘 시간에 쫓겨 허덕여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어려움을 한순간 다 잊게 할 만큼 그 혹은 그녀의 애교는 감동적이다!
구구절절 육아와 연애를 비유한 이유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때문이다. 연예인 아빠들의 48시간 육아기를 그린 이 프로그램은 관찰예능을 표방하지만 나는 오히려 연예인의 가상결혼을 그린 MBC ‘우리 결혼했어요’나 수많은 로맨스 드라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경험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연애의 어려움과 기쁨을 이야기하는 오빠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물론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위주로 편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육아의 ‘당의정’ 부분만이 유독 도드라지긴 했다. 화면 속 추성훈의 딸 사랑이는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육아의 전부는 아닐 거다. ‘우결’의 그 결혼생활이 실제 결혼생활과 꼭 닮지만은 않았듯이.(우리집 얘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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